[긴급 수혈받는 대우] 경영권 담보로 급한 불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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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는 일단 '연명' 했다. 그러나 시한부 연명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에 올 연말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을 주는 대신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사재를 포함해 돈이 되는 것은 거의 모두 담보로 잡았다.

金회장의 경영권까지도. 정부 고위 관계자는 "金회장에게 6개월 시한부 위탁경영 기회를 준 것" 이라며 "재벌정책의 시금석이 될 만한 전에 없는 강수 (强手)" 라고 강조했다.

대우 관계자도 "연말까지 정상화가 안되면 대우는 채권단에 넘어가는 것" 이라며 "절박한 배수진이지만 급한 불을 끈 만큼 그 이전에 정상화할 자신이 있다" 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金회장이 이번 결심을 하는데는 몇달 걸렸다" 며 "정부 압력보다 시장 압력에 굴복했다고 봐야 한다" 고 평했다.

◇ 金회장 정말 퇴진하나 = 金회장은 자동차가 정상화되면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金회장이 퇴진 시기를 못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자동차 정상화까지 얼마나 걸리느냐인데 대우 고위 관계자는 "3년 정도" ,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년 정도" 라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2~3년 내 퇴진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상화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호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金회장의 퇴진 여부를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정상화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의지 표현 이상으로 확대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金회장은 개인 소유 주식을 내놓으면서 출연이 아닌 담보를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정상화 때까지 경영권을 갖기 위한 것이지만 정상화 뒤에 주식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는 게 중론이다.

◇ 대우 그룹은 어떻게 되나 = 대부분 계열사는 팔리거나 그룹에서 분리된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면 팔리는 것이요, 안팔리면 채권단이 따로 떼갈 것이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자동차와 ㈜대우 정도다.

문제는 그래도 돈이 되는 대우증권의 매각 여부. 이에 대해 장병주 (張炳珠) ㈜대우 사장은 "대우증권 지분도 담보로 제공했다" 며 즉답을 피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우증권 매각을 종용했지만 대우는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 관계자는 "대우 그룹이 정상화되면 대우증권도 남고, 여의치 않으면 매각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 예상되는 문제 = 대우의 한 계열사 사장은 "계열사나 해외자산을 매각하려 해도 상대방이 가격을 후려치려 할 것이라 걱정" 이라며 "수출 대금을 받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또 대우는 앞으로 채권단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말이 협조지 의사결정 과정에 채권단의 뜻이 반영되다 보면 소리가 나고 늦어지는 일이 잦을 것이다.

예컨대 삼성자동차 인수도 채권단 의중에 따라 상당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채권단 뒤에 있는 정부의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고현곤.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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