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비자금 조성 복지부 등에 로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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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을 이용한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 및 제약회사 관계자들 사이에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제보와 고발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D제약 전 대표 김모씨와 대한적십자사 직원 9명은 23일 "D제약이 20여년간 적십자사가 공급하는 혈장을 원료로 만든 의약품인 알부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D제약 대표 변모씨 등 전.현직 간부 10명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D제약이 알부민의 순도를 낮춰 10병 분량을 11병으로 만드는 수법을 통해 남은 이익을 비자금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D제약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복지부와 적십자사 등 의료정책 관계자들에게 흘러갔다는 진술을 확보,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도 이날 "복지부 전 고위 간부가 1999년 적십자사 임직원들로부터 제약회사에 공급하는 혈액수가를 올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도자기 2개에 든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는 제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동희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는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혈액으로 알부민 제제를 생산하는 D제약이 해마다 2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 적십자사와 복지부 고위 간부에게 뇌물로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신빙성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D제약이 법정관리에서 갓 벗어난 99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1년4개월간 재직했다. "국민의 헌혈을 매개로 장삿속만 차리고 있는 내부 비리를 알게 됐다"고 고발 동기를 밝혔다. 이에 대해 D제약은 이날 "김 전 대표가 2000년 회사에서 쫓겨난 데 앙심을 품고 근거없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돈을 받은 인사로 거명된 복지부의 전 관리도 "적십자사 관계자들과 만나 식사는 했지만 돈을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 혈장이란=혈액 가운데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세포성분을 제외한 액체성분으로 혈액의 55%를 차지한다. 피를 많이 흘린 환자에게 투약하는 알부민 등을 제조하는 원료다. 국내에는 D사 등 두 제약회사만 적십자사에서 혈장을 공급받으며 시장 규모는 연간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조강수.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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