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조선 이명한 '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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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마소

초원 장제에 해 다 져 저물었다

객창에 잔등을 돋우고 앉아보면 알리라

- 조선 이명한 (李明漢.1595~1645) '시조'

지난날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시조라 입 안에서 서슴지 않고 흘러나온다.

이정구.이명한 부자는 조선이 외침으로 수고가 많을 때의 명문장이었다.

이명한은 병자호란 주전파여서 선양 (瀋陽) 으로 잡혀갔다 왔다.

시조 솜씨는 웅대하기보다 섬세한 그것이었다.

정녕 떠나는 자의 노래인데 노래의 사연은 하룻밤 풋사랑을 바친 여인의 심정이 더 짙다.

그런데 시조 3행으로는 다 감당할 수 없는 정서의 파편이기 쉽다.

이것이 시조의 한계이고 시조의 어려움인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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