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중국의 대만위협에 제동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 美 워싱턴 포스트 7월 14일자 사설

중국이 대만이라는 조그만 섬나라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미사일이 등장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호전적인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분리주의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인민들의 힘과 용기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라" 고 말했다.

국민이 선출한 바 없는 공산당 정부가 인민의 의사를 대변한다며 대만에 협박을 일삼는 것은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정부를 자극한 것은 대만 리덩후이 (李登輝) 총통이 최근 중국과 대만의 대화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를 기초로 해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이므로 그렇지 않은 척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李총통의 그런 발언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대만은 2천1백만명의 국민을 가진 엄연한 민주국가고 중국 또한 12억 인구를 가진 공산국가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각각 독립적인 정부와 화폐제도.군사력.법률체제를 갖고 있다.

또한 주체적인 외교정책과 TV방송국 시스템.문화.항공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각각 완전히 별개 국가다.

그러나 중국은 끊임없이 '중국은 하나' 인 척 해왔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대만을 반란으로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간주하며 언젠가는 귀속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왔다.

귀속과정은 가능한 외교적 방법을 동원해 이루겠지만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은, 특히 클린턴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무력사용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72년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복원하려고 시도하면서, 대만과 중국이 각자 '중국은 하나다' 라고 여기는 것을 "인정한다" 고 말했다 (당시 대만과 중국은 서로 자신들이 정통성을 가진 진짜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당시 단지 그같은 생각에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것 뿐이었다.

대만도 한때는 독재권력이 지배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미국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전략적으로 주요 동기를 부여했던 소련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의 기존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상으로는 중국의 견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 사실이다.

즉 단순히 중국이 하나임을 "인정한다" 는 것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대만의 독립가능성을 배제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같은 정책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중국 지도자들이 착각에 빠지지 말도록 해야 한다.

즉 그들이 무력을 사용, 대만을 품에 끌어안으려 할 때 미국이 지지할 것이란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클린턴은 중국지도자들에게 미국은 대만 국민이 스스로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아듣도록 해야 한다.

클린턴은 또 만약 중국지도자들이 중국 국민에게도 그와 같은 권리를 부여한다면 중국과 대만이 화해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점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정리 = 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