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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장 가동하며 매각·임대-삼성車 채권단회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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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삼성자동차 채권 금융기관들은 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을 자동차 생산기지로 계속 가동하면서 국내외 자동차 생산업체에 자산.부채인수 (P&A) 또는 인수.합병 (M&A) 방식으로 처분하거나 장기임대하는 형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이건희 (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의 가격평가를 일단 유보하는 한편, 4백만주가 부채처리에 모자랄 경우 삼성그룹이 보전 방안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삼성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삼성계열을 제외한 16개 채권 금융기관들은 13일 한빛은행 본점에서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정리하는 한편,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성자동차 처리를 위한 내부협약을 제정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 삼성측 확약 요구 = 채권단은 한빛.산업.외환은행과 서울보증보험.대한투자신탁 등 5개사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 채권자로 한빛은행을 선임, 조만간 시작될 삼성과의 손실보전 및 삼성자동차 매각 협상을 주도해 나가기로 했다.

채권단은 우선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가 부채 처리에 모자랄 경우 삼성측이 보전 방안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채권단 명의로 요구하기로 하고, 확약서 내용을 삼성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담기로 의견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아직 아무런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았지만 삼성은 삼성차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며 "채권단도 단 한푼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부산공장 계속 가동 = 채권단은 3조5천억원을 들여 최고 설비로 만든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이 자동차 생산기지로 활용되지 못할 경우 막대한 국가적 낭비를 가져오고 채권단의 담보확보에도 불리한 만큼 제3자 매각과 함께 일부분이라도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매각 상대방의 가격만 맞으면 국내외 어느 업체라도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며, 부산공장의 가치평가나 추가 운영자금 지원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공장 처리는 자산.부채 (P&A) 또는 인수.합병 (M&A) 방식을 선택하거나 인수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제3자에게 장기임대해 공장을 계속 가동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채권단간 이견 = 이날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은 오는 8~9월에 닥쳐오는 1천5백억원의 보증사채 원리금의 지급을 위해 출연된 4백만주의 현금화가 시급한 만큼 '선배분 후정산' 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보가 있는 나머지 채권 금융기관들은 서울보증보험에 무조건 4백만주를 배분할 수 없으며 운영위원회를 열어 무담보채권자에게 우선 배분할지 전체 채권의 총액기준에 따라 배분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서울보증보험은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유동화증권 (ABS) 을 발행해 본 채권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급보증을 해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다른 채권단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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