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내각제 협상 '8월 담판' 뜨거운 여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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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리밋 (limit:시한) 이야. " 김종필 (金鍾泌.JP) 총리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내각제 8월 담판론' 을 이렇게 표현했다.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 동작까지 보이며 "8월까지는 끝내야 된다는 거지" 라고 말했다.

공동여당 내 내각제 문제가 '8월까지 논의 중단' 에서 한 단계 더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8월 담판론의 출발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먼저 했다.

지난달 18일 金대통령은 대전을 방문, "8월까지 해결하겠다" 고 했다.

당시 해외에 있던 金총리는 "대통령을 만나 알아봐야겠다" 며 반응을 유보했다.

때문에 金총리의 이날 언급은 金대통령 발언에 대해 시차 (時差) 를 두고 화답 (和答) 한 셈이다.

실제로 8월 담판론은 청와대쪽 입장을 JP가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金총리의 경우 '8월까지 내각제 논의 중단' 을 제안한 뒤 내심 8월이 지나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에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청와대 내에선 서상목 (徐相穆) 의원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4.7파동 때부터 일각에서 조기 담판론의 흐름이 잡혀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특별검사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과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권한대행 경질 파동이 결정적 계기가 돼 조기 담판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각제 문제를 결론짓지 않고선 국정관리 일정 전체가 헝클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며 이런 사정을 암시했다.

金대통령의 청남대 구상도 내각제 해법에 집중돼 있었다고 한다.

8월 시한부 담판론으로 내각제 협상은 막이 오른 셈이다.

金총리는 당장 8월말로 예정된 남미 방문도 "안가는 게 좋겠다" 며 본격 협상을 앞두고 일정 재조정에 들어갔다.

문제는 내각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할 때 협상의 모양새는 DJP 합의문에 '변경' 을 희망하는 청와대 쪽에서 운을 떼고, 여기에 金총리가 어떤 화답을 하느냐가 될 것 같다.

합의문의 개헌 시점은 올 12월말까지다.

JP의 한 측근도 "우리가 먼저 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 고 했다.

청와대 쪽의 카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청와대가 내각제 협상을 염두에 둔 명분쌓기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퍼져 있다.

金총리의 한마디에 金대행을 경질한 것이나, 총리에게 실질권한을 주는 방안 등이 이런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름 아닌 JP의 의중 탓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핵심을 제기하지 못하고 주변만 맴돈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97년 10월 DJP 합의 때처럼 실무협상 과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은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게 됐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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