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인터넷 약국…국민 건강 관리엔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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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온라인으로 약을 파는 인터넷 약국들이 성행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검색엔진으로 성기능장애 치료제 '비아그라' , 비만치료제인 '제니칼' , 대머리 치료제 '프로페시아' , 관절염 진통제 '셀레브렉스' 등을 입력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주문한 약들을 배달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의 약들은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가 아직 나지 않아 시판되지 않은 것들. 국내 세관에서는 개인의 소규모 약 수하물은 일일이 문제삼지 않기 때문에 약 판매 사이트에서 배달만 해주면 얼마든지 이런 약들을 받아 볼 수 있는 상태.

'넷닥터' 라는 한 인터넷 사이트는 "부끄러운 성기능 장애를 의사와 얼굴을 보며 직접 얘기할 필요가 없다" 며 "솔직하게 질문에 답하면 전문의사와 직접 상담하는 것처럼 안전하게 처방전을 작성해 약과 함께 문앞까지 배달해 준다" 고 광고하고 있다.

사이트마다 다르지만 처방전 작성에는 약값 외에 약 40달러에서 75달러가 드는 것이 보통. 대략 4백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약을 구하려고 고의로 거짓으로 질문에 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미 로욜라의대 남성성의학 센터 존 멀홀 박사는 "온라인 처방전을 작성해주는 의사는 환자가 거짓으로 질문에 답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으며, 직접 진찰해보면 알 수 있는 건강상 문제를 놓칠 우려도 있다" 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인터넷 약국이 벌써 보건상 커다란 이슈가 됐다.

미국 의사협회 (AMA) 는 지난달 말 시카고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인터넷 처방에 대한 적절한 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AMA는 결의안에서 "처방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가 있을 때만 사용을 인정해야 한다" 는 입장을 밝혔다.

결의안은 또 AMA와 각 주의 의료단체가 공동으로 인터넷 처방시 해당 주의 의료행위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서는 조사와 함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약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문제말고도 인터넷은 엉터리 약을 파는 온라인 약장수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우지 (牛脂)에서 추출한 지방산을 관절염 특효약으로 파는 가 하면 상어연골 함유 캡슐을 암치료제라고 주장하는 등 입증되지 않은 건강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특효약을 찾는 환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것.

미국 연방무역위원회 (FTC) 는 97년부터 매년 인터넷 상의 엉터리 약장수들을 단속해 왔는데 올해도 문제가 있는 4백개의 웹사이트를 적발해 이중 4곳에 대해 약품 광고를 중단토록 했으며 나머지 웹사이트에 대해서는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보건복지부 약무식품정책과 유무영 사무관은 "국내에서는 약 1백50여개 인터넷 약국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며 "실제로 약국을 개설하고 있으면서 인터넷 상으로 약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밝혔다.

국내 인터넷 약판매에 대해 본격적인 단속은 아직 없는 상태. 복지부측은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서도 "번거롭고 언어장벽도 있어 아직 이용률이 높지 않다고 본다" 고 밝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국내 약사법에 따르면 실제 약국을 경영하지 않으면서 인터넷 상으로만 약을 주문받아 파는 것은 불법. 또 인터넷 상으로 처방전을 써주는 것도 엄연히 위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은 외국 것들이라 국내에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

의약품 관리.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관리과 곽병태 사무관은 "현재 개설 사이트와 국내 이용자에 대한 실태 파악 중" 이라고만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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