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한국가요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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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가수들의 뿌리찾기의 끝은 당연히 우리 가요의 뿌리가 되는 '클래식 (고전)' 찾기로 집중된다. 역사가 오랜 트로트는 곡이 너무 많아 클래식을 선정하기가 어려운 반면 록.포크 등 '신생' 장르는 클래식 후보에 대한 가수와 평론가들의 의견이 잘 모아지는 편이다.

록에는 역시 신중현의 작품들이 첫손 꼽힌다. 지미 헨드릭스 등 60년대 미국 뮤지션의 영향을 받았지만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재즈 등에 바탕한 가운데 한국적 정서를 녹인 명곡들을 대거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산울림도 많은 록가수들이 영향을 인정하는 클래식 후보. 음악이 깊지는 않았지만 록의 직선적이고 순수한 즐거움을 구현했고 사이키델릭 연주도 뛰어났다.

R&B 발라드에서는 70년대 소울창법을 구사했던 박인수와 장현 등이 꼽히며 포크에선 밥 딜런풍의 서구형 포크를 처음 소개한 한대수와 한국적 저항포크를 선도한 김민기가 각각 꼽힌다.

또 강렬하고 육감적인 노래로 일세를 풍미한 김추자는 여성록의 선구자로, 90년대 잇달아 타계한 이봉조.길옥윤은 재즈에 바탕한 가요의 개척자로 재조명돼야할 음악인들.

대부분의 클래식이 60년대말.70년대 활동한 음악인에 집중되는데 그 이유는 당시가 재즈.록.트로트.포크 등이 사이좋게 인기를 모았던 르네상스였기 때문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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