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 특별세무조사' 5대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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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는 조사 시점이나 조사 규모.방법.성격 등에 있어 의혹투성이다.

우선 중앙일보 사장이 대주주인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사찰이 중앙일보의 계열분리가 책임있는 정부 당국에 의해 허용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전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완벽한 법적 절차를 밟아 중앙일보와 보광그룹 4개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 계열에서 분리됐다" 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처럼 계열분리에 하자가 없다던 정부가 석달도 채 안돼 '계열 분리과정에서의 의혹' 운운하며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통상적 세무조사 관행으로 볼 때도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보광. 보광훼미리마트. 보광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보광창투 등 4개 계열사는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꼬박꼬박 받아왔다.

주력기업인 ㈜보광의 경우 지난해에도 정기 법인세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회계처리상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보광그룹 4개사의 매출액은 모두 합해 2천7백30억원이다.

매출규모도 크지 않거니와 IMF 여파로 계열사 전체로는 1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수지도 못맞춘 회사가 법인세를 누락시킬 여지는 더욱 없다.

따라서 올 법인세 신고시 제출한 내용 중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정부측 배경설명은 석연치 않다.

또 이번 조사의 규모.방법의 이례성 (異例性) 도 통상적인 세무조사가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세무조사 사실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게 관례다.

국세청 관계자들도 "국세청과 청와대가 세무조사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지난 92년 포항제철에 대해 조사했다는 사실을 국회에서 밝힌 것 외에 이번이 처음" 이라고 털어놓았다.

한진그룹의 경우 '스스로 세무조사를 받는 사실을 대외에 알렸기 때문에 이를 확인해준 것' 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보광그룹의 경우는 대외적으로 알리려 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국세청과 청와대측이 이를 분명히 거명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조사의 성격 또한 문제다.

언론에는 일반세무조사라고 발표했지만 국세청은 지난달 29일 보광그룹 3개사의 사무실을 급습, 사업서류.세무장부 등을 일체 압수해가는 특별세무조사를 벌였다.

연례 세무조사에서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은 회사에 대해 이런 기습적인 조사를 벌인 것은 다른 의도가 개재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인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상속.증여.양도.자금출처 조사가 전문인 재산세과 직원들을 동원한 것은 이런 의도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또 국세청이 통상 탈루사실을 파악해뒀다가 한꺼번에 특별세무조사를 벌인다는 점을 볼 때도 굳이 오해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특별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은 결국 조사의 목적이 '언론 재갈물리기' 에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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