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영태 '파란만장 - 영광굴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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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눈알이 희미한 마른 굴비가 모로 누워있는

양은냄비는 욕조 같다. 너를 쪄먹으려고

가랑눈만큼 욕조에 물을 붓는다. 양철 침상이

뜨뜻한가 어쩐가 넋나간 너나 나나…

- 김영태 (金榮泰.63) '파란만장 - 영광굴비'

해학이 세상으로 향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때의 색다른 비애가 돋보인다.

먹힐 굴비와 먹을 인간을 하나의 종 (種) 으로 명령하고 있다.

묘사는 간결하고 그 내심은 논리가 필요없는 실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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