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고정운 7개월만에 복귀…포항 첫승리 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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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달 30일 포항 축구전용구장. 울산 현대를 2 - 1로 꺾고 지긋지긋한 6연패의 나락에서 빠져나온 포항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자 일제히 포항 서포터석 쪽으로 달려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몇몇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라커룸에서 누군가 말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우리가 6연패를 당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 팀의 맏형 고정운이었다.

'적토마' 고정운 (32) 이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무릎부상 이후 7개월 만에 이날 경기에 처음 선발출장한 고는 90분을 교체없이 뛰면서 이동국의 첫골을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7개월간 운동을 쉰 현역 최고령 공격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이 넘쳤다. 후배 수비수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고, 왼쪽의 박태하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포항은 실로 오랜만에 '가장 포항다운' 공격적 플레이를 펼쳤다.

억대 연봉을 받는 최고참으로서 팀의 추락을 속절없이 바라봐야만 했던 고정운은 "축구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절감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버리고 팀 승리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고가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 하나 있다. 바로 '50골 - 50어시스트' 다. 지난해 울산 김현석과의 '40 - 40클럽' 가입 경쟁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던 그는 올해도 김과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고정운은 현재 46골 - 44어시스트로 94골 - 43어시스트의 김현석에 비해 골은 뒤지지만 어시스트는 1개 앞서 있다.

포항 =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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