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깊은 맛…감칠 맛 '갈치골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남대문시장의 먹거리 가운데는 '갈치 골목' 을 빼놓을 수 없다. 남대문에서 시장쪽 대로 (大路) 를 50m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 골목에 갈치 조림 집 10여 군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좁은 골목이라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서너 번 이곳을 다녀 본 사람일지라도 '갈치골목이 어디냐' 고 주변상인 한테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할 정도. 이곳은 정.관계, 언론계의 유명인사들이 매일 단골로 찾아온다고 상인들은 자랑한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하나같이 '원조 갈치조림' 이란 글씨가 쓰여 져 있어 혼란스럽다.

그러나 내고향식당과 왕성식당은 이같은 큰 간판이 없어도 점심때만 되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을 정도로 붐빈다.

이 두 집은 지난 88년 처음 이곳에 갈치 조림 집을 나란히 개점한 후 독특한 감칠 맛으로 시장 내 상인과 인근 회사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주변식당들도 덩달아 갈치 조림 집으로 바꿔 골목길 전체가 유명해지게 된 것. 내고향식당의 경우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새벽 2시께 한꺼번에 20 상자를 들여다 놔도 쌀 한 가마니와 함께 금새 사라질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이 식당의 조경숙 (48) 사장은 "호남출신 주방장이 11년 넘도록 한결같이 일하고 있어 변함없는 갈치조림 맛을 내는 것이 자랑" 이라고 말했다.

주변의 원조 갈치 조림 집들도 하나같이 다시마.멸치 육수 등 무려 14가지나 되는 재료를 이용해 독특한 맛을 낸다고 자랑한다. 시원한 무를 그릇 바닥에다 두껍게 깔고 청주로 비린내를 없애는 것도 이들 갈치 조림 집들의 비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내고향식당과 왕성식당은 "갈치 맛을 내는 데는 공개할 수 없는 또 다른 비법 한가지가 있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이곳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 문을 연다. 그러나 동해식당은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한다.

갈치골목은 1인분에 5천원, 2인분에는 9천원이 기본. 그러나 내고향식당은 1인분은 팔지 않고 2인분을 기본으로 판다. 이밖에 남대문의 유명 식당으로는 값싸고 맛있는 막내회집, 70년 전통의 꼬리 곰탕집으로 방치 뼈가 유명한 은호식당, 장터국밥집 등이 널려 있다.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