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패권에 활용되는 M&A 전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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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30면

지구촌에는 거대한 규모의 단일경제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거대단일시장에 대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과 경제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많은 국가는 이미 지구촌 경제시장에 대한 국가경쟁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으며 중국, 브라질,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은 국가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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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는 한 개의 거대기업군 아래 여러 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다국적 기업에 의한 지배사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선진 각국에서는 다국적 기업과 다국적 투자금융자본이 연계해 거대기업군을 형성하는 국제 인수합병(M&A) 전략이 활발하다. 국제 M&A는 지구촌 경제시장에서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제전쟁의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및 정보통신망 분야, 군산복합체에 관련된 분야, 기초원자재 분야, 석유 및 에너지 분야, 곡물 및 식품 분야, 국부펀드 및 투자금융 분야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거대 다국적 M&A 전략은 세계 경제시장의 지배구조를 흔들어놓고 있다.

경제 강대국 정부와 거대 다국적 기업이 연합해 이뤄지는 국제M&A는 세계경제시장의 패권전략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적대적 M&A 전략도 사용될 수 있다. 적대적 M&A는 대규모 주식 매집 및 의결권 위임을 통한 의결권 대결이나 기타 강압적인 방법으로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교체하는 기법이다. 무력을 동원해 다른 나라를 흡수통합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자본과 M&A 전략을 활용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지배권도 흡수통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M&A 전략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첫째, 세계 각국에 있는 조세회피지역(Tax Haven)에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자금의 출처와 추진 세력을 숨긴 상태에서 M&A한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기업 가치가 폭락한 기업을 값싸게 인수하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기업은 적대적 M&A를 동원해서라도 지배권을 획득한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대부분은 이미 이 단계의 M&A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배주식 및 경영지배권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은닉돼 있다.

둘째, 사모펀드들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실체를 숨긴 상태에서 경영권 통제가 가능한 다국적 기업군을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각국의 정부 규제와 독점금지법을 회피하기 위해 경영지배자의 실체를 숨기는 것이다.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한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것은 M&A의 실체를 숨기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조세회피지역을 활용하면 자금출처 및 전략 노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세계 각국에 있는 기업을 사들여 거대한 규모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 이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 지주회사가 사모펀드를 인수하거나 사모펀드가 지배하고 있는 기업을 우호적인 방법으로 인수한다. 이때는 지주회사의 본부를 설립하기 전에 각국의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특혜를 요구하고, 지주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국가 또는 지역을 선택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넷째, 세계 경제를 장악할 수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군이 형성되면 지주회사에 의한 지배구조를 만들고, 황금주를 발행하거나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해 절대적 지배구조를 완성한다. 지주회사를 유치한 국가에서 황금주의 발행을 용인하면 1주만으로도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계층에 의한 세계경제시장에 대한 지배 및 영구적인 승계까지도 가능하게 된다. 재정능력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황금주 발행과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의 지배권을 용인하는 특혜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세계 경제가 지구촌 규모로 통합된다는 것은 개별 국가나 지역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등에 대한 국가 규제의 장벽이 제거돼 국제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나 기업들 간 격심한 경쟁이 따르게 되고, 통합된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권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 M&A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제 M&A 전략이 성공해 초국적 기업이 탄생하면 상대적으로 국가의 역할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거대 다국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국가는 경제발전은 물론 세금에 관한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해 국제사회에서의 힘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국제 M&A 전략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우량한 공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기업을 단순하게 민영화하기보다는 세계 경제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국적 M&A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로 활용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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