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서 동방신기·소녀시대까지 국감 증인 채택 요구 끝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정감사 시작(10월 5일)을 열흘 앞두고 각 상임위에서 여야의 무리한 증인 채택 요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무위는 2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국감 증인 및 참고인을 채택하려 했으나 여야 합의가 안 돼 무산됐다. 여야 위원들이 요구한 증인·참고인이 일반인 180여 명을 포함, 40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신청한 증인에는 시중은행장과 주요 보험·증권사 대표 등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한나라당 고승덕·조문환 의원은 공정거래위 국감에서 연예인 불공정 계약과 관련, 그룹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시아준수·믹키유천과 ‘소녀시대’의 윤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에서는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을 물어 최근 금융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 24일 사의를 표명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한 상태다. 박영준 국무차장의 인사 개입 논란과 관련, 포스코 정준양 회장의 채택도 고집하고 있다.

김영선 위원장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 기관 증인만 235명이나 된다”며 “일반인 증인 신청은 중요 현안이 드러난 경우로 한정, 조율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무위뿐만 아니다. 기획재정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환경노동위도 여야 합의가 안 돼 증인 채택을 못 하고 있다. 특히 문방위의 경우 민주당이 정연주 전 KBS 사장과 구본홍 전 YTN 사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자 한나라당이 “언론 장악 논란을 쟁점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해 증인 채택을 위한 2차 간사협의도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강동순 전 KBS 감사를 증인으로 채택, 맞불을 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야당은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관련, 이동통신 3사 사장들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미 증인을 채택한 국토해양위·농림수산위·지식경제위에도 민간 기업체 대표들이 다수 포함됐다. 국토해양위가 24일 채택한 일반인 증인·참고인만 39명이다. 김종근 코오롱건설 대표와 신재철 LG CNS 대표가 들어갔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사기업인의 증인 채택은 범죄와 같이 국가가 관여할 사안에 한정해야지 광범위하게 할 경우 기업의 경영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찬호 전경련 상무는 “국감 증인 채택은 국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남발하면 경제계의 피해가 많다”며 “특히 무조건 기업 CEO만 부르는 건 실효성은 없고 부담만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상임위별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 현황
(9월 25일 현재)

▶ 국토해양위=김종근 코오롱건설 대표(무리한 민간투자사업)·신재철 LG CNS 대표(경부고속철도 2단계 TRS 사업자 선정관련 특혜 의혹)·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인천국제공항공사 민영화 관련 컨설팅 작업기간 연장 사유) 등 39명

▶ 농림수산위=함태홍 남해화학 대표(남해화학 폐석고 불법 매립 등 관련)·남승우 풀무원 사장(콩 유통 관련)·박흥철 NH개발 사장(자회사 검토)·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 강 살리기 추진본부장·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한·미 FTA) 등

▶ 지식경제위=박영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기업형 수퍼마켓 관련)·차선열 울산시 슈퍼마켓연합수퍼 등 12명

▶ 행정안전위=정통일 전공노 수석부위원장·정용해 민공노 정책실장·박삼복 전 서울시경 특공대장 등 16명

상임위별 채택 논의 중인 증인·참고인

▶ 정무위=황영기 KB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 부실로 인한 금융위 중징계)

▶ 기획재정위=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정부 감세 정책)

▶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정연주 전 KBS 사장·손병두 KBS 이사장·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사장(가수 전속 계약 관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