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스타들의 골 세리머니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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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달 23일 부산 대우와 수원 삼성의 대한화재컵 결승 2차전이 벌어진 부산 구덕운동장. 전반 17분 선취골을 합작한 부산 뚜레와 마니치가 얼싸안고 코너플래그쪽으로 달려갔다. 마니치가 무릎을 꿇고 뚜레의 신발을 닦는 시늉을 내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이른바 '구두닦기 골 세리머니' 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9일 같은 장소. 후반 29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마니치가 또 뚜레를 찾았다. 둘은 마주보고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며 번갈아 손뼉을 마주치는 듀엣쇼를 펼쳤다.

프로축구 스타들의 골 세리머니가 점점 화려하고 기발해지고 있다. 단순히 골을 넣은 감격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 관중들에게 볼거리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준비된 몸짓' 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고난도 골 세리머니의 선구자는 고종수 (수원 삼성) 다. 고는 특유의 고무공 탄력으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뒤로 공중제비돌기' 를 연출, 상대방의 기를 꺾는다.

이동국 (포항) 은 유니폼을 훌렁 뒤집어쓰고 달려가는데 이 '배꼽쇼' 의 원조는 92~96년 포항에서 뛴 라데 (현 브레메) 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정환 (부산 대우) 은 한쪽 주먹을 불끈 쥐고 앞뒤로 흔드는, 평범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동작이지만 "안정환이니까 멋있다" 는 평가를 받는다.

김현석 (울산 현대) 은 양팔 벌리고 잔디에 슬라이딩하기를 널리 퍼뜨렸고, 김도근 (전남) 은 '관중석 철망에 매달려 울부짖기' 로 광양 홈팬에게 어필하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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