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월급봉투 두툼해진다…"IMF전 수준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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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기업 직원들의 월급봉투가 지난해보다 약간 두툼해진 수준에서 임금협상이 착착 타결되고 있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실적이 좋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동결했던 호봉을 올리고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이 많이 동원되고 있다. 성과급 비중을 대폭 늘린 기업이 많은 것도 특징.

특히 상당수 대기업이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임금인상률은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다양한 명목으로 직원들의 실질수입을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전 수준으로 보장해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잇따라 타결되는 대기업 임금협상 = LG그룹은 24일 현재까지 노조가 있는 20개 계열사 중 LG 화학.전자.정보통신 등 14개 주요 계열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대부분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호봉 승급과 수당을 올리는 식으로 이뤄졌다. 인상률은 평균 2% 정도.

삼성그룹은 지난 4월 각사 노사협의회에서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끝냈다. 직원들의 호봉승급분을 인정해주고 매년 두차례 주는 생산성 격려금을 경영실적에 따라 최고 1백50%까지 주기로 했다.

대우자동차에 합병된 쌍용자동차는 대우에 비해 임금이 적다는 이유로 올해 임금을 총액기준으로 8.5%나 올려줬고,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사기진작 차원으로 IMF 이전 수준으로 보수를 원상회복시켜 줬다.

◇ 높아지는 성과급 비중 = 포항제철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확대 지급할 계획이다.

한솔그룹은 지난해 회사별로 2백~3백%씩 깎았던 상여금을 원상복구시켰다.

코오롱그룹은 기본급은 동결하되 성과급을 올려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 실질소득은 외적 인상률보다 높다 = 노동부에 따르면 1백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협상 타결률은 30.6%, 평균 인상률은 1% (지난해 동기 - 2.9%) 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런 외적 인상률과는 달리 각 기업들이 지난해 깎았던 급여를 보전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주는 바람에 1~4월 중 대기업 명목수입은 6.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섭.고현곤.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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