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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오심에 빼앗긴 올림픽 체조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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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반에 접어든 아테네 올림픽이 경기 결과에 대한 판정 시비로 얼룩지고 있어 유감이다.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의 정정당당한 경기 못지않게 심판의 공정한 판정이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이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는데도 오심이 나온다면 선수들에게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릇된 판정은 심판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금품수수 때문에 발생한다. 잘못된 판정이라고 확인되면 시상의 결과를 번복하고 바로잡는 것이 옳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다.

남자 체조 개인종합 경기 결과가 뒤바뀌는 바람에 한국의 양태영 선수가 동메달에 그친 것은 정말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 심판들은 단체전 예선과 결승에서 양 선수에게 평행봉 스타트 점수를 10점 줬으나 개인 종합 결승에서는 똑같은 기술인데도 9.9점만 부여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에 앞서 심판의 판정을 문제 삼아 승마 종합마술 단체전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남자배영 200m에서는 미국과 오스트리아가 1위 자리를 놓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비록 스포츠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하지만 양 선수가 심판의 채점 오류로 금메달을 빼앗긴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체조연맹은 한국선수단의 항의에 따라 양 선수의 평행봉 기술 적용 점수에 대해 오심을 인정한 만큼 판정을 수정하는 게 마땅하다. 체조연맹은 규정상 한번 내려진 판정을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설득력이 약하다. 채점을 잘못한 심판 3명의 자격 정지만으로 봉합하려는 모양인데 누가 납득하겠나. 선례도 있다. 2002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에서 러시아가 우승했으나 심판 오심 시비가 빚어지자 캐나다에 금메달을 공동 수여한 적이 있다. 이를 참조해 체조연맹이 긍정적으로 재판정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한국선수단도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소청한 것만으로 판정 번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방심하지 말고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호소하는 등 한층 더 스포츠 외교를 강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