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없는 슈퍼박테리아 국내서도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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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아 전세계 의학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내성 (耐性) 황색포도상구균 (VRSA:일명 '슈퍼박테리아' ) 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VRSA는 지금까지 어떤 나라에서 검출된 것보다도 내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돼 감염되면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나 수술후 환자는 물론 정상인까지도 사망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21일 서울중앙병원 임상병리과 배직현 (裵直炫) 교수는 "암으로 입원했던 환자에서 VRSA가 검출된 사실을 지난달 확인했다" 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본지 기획취재팀이 단독 입수한 裵교수의 논문 '한국의 슈퍼박테리아에 관한 사례' 에서는 "환자는 97년 4월 입원한 45세 남자로 말기 직장암을 앓고 있었으며 골반에서 고름이 나와 강력항생제인 반코마이신과 타이코플라닌을 각각 8일.30일 투여했으나 치료가 안돼 결국 97년말 패혈증으로 숨졌다" 고 설명하고 있다.

이 논문은 또 "환자의 사망 원인을 몰라 균을 배양해 관리만 해오다 지난달 일본 도쿄 준텐도 (順天堂) 대학병원에 환자의 검체를 보내 국내 최초로 VRSA 양성 확인을 받았다" 고 밝혔다.

裵교수는 이 논문을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임상미생물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 최초로 VRSA를 발견했으며 이번 한국 환자의 검체를 분석한 준텐도대학병원 히라마쓰 게이치 (平松啓一) 교수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서 발견된 VRSA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견된 것 중 내성이 가장 강하다" 고 말했다.

VRSA는 96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후 미국.프랑스.홍콩 등 5개 국가에서 6명의 감염사례가 보고됐으며 이중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오.남용이 심해 세균들의 항생제 내성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병원을 중심으로 VRSA가 쉽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신대의대 임상병리학과 鄭석훈 교수는 "반코마이신에 내성이 있는 세균들 중 만성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장구균은 이미 국내에서 발견됐으나 VRSA는 장구균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고 위협적" 이라며 "내성균은 한번 출현하면 빠르게 증식한다는 점에서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안성규.이철호.정철근.홍혜걸.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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