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부활의 계절'…숍라이트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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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박세리가 숍라이트 클래식 대회에서 우승, 지난해 4승을 거두며 일으켰던 돌풍을 다시 한번 예고했다.

행운의 여신은 2번홀에서 미소를 지었다. 박은 2번홀에서의 위기를 행운으로 반전시키며 우승의 기회를 거머쥐었다. 2타차 선두로 이날 라운드를 시작한 박은 첫홀에서 파를 건져 순탄하게 출발했다.

운명의 2번홀 (파4.4백7야드) .박의 드라이버 티샷은 러프에 처박혔다. 남은 거리는 1백71야드. 박은 5번 아이언으로 과감하게 온그린을 시도했다.

그러나 클럽 헤드가 긴 풀의 저항에 밀리는 바람에 짧았다. 공은 그린으로부터 15m 지점에 멈췄다. 잘 해야 파, 아니면 보기 위기. 박은 가볍게 칩샷을 날렸다. 공은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갔고 곧이어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그림같은 버디.

위기를 넘겼지만 트리시 존슨의 맹추격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 앞 조에서 플레이한 존슨이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그러나 박에게는 기회의 홀이 두개 기다리고 있었다. 파5홀인 16번 (4백81야드) 과 18번홀 (5백8야드). 박은 16번홀에서 2백야드를 남겨놓고 4번 아이언으로 후려쳐 핀 5.5m에 붙인 뒤 2퍼팅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단독선두. 마지막 18번홀. 박은 핀 2백6야드 지점에서 3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 7m 거리에서 2퍼팅으로 버디를 잡아 우승을 자축했다. 파5홀은 우승의 텃밭이었다. 박은 3개의 파5홀에서만 3일 동안 모두 버디를 잡아 9언더파를 기록했다.

박은 15만달러 (약 1억8천만원) 의 상금을 받아 시즌 획득상금 28만9천8백62달러로 상금랭킹 29위에서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박은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너무 여유있게 플레이를 해왔다" 고 실토했다. 우승에 대한 절박감이 약화됐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박의 이번 우승은 '초심' 으로 되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잇따른 승전보가 기대된다.

[박지은 2부투어 첫승]

한편 이달초 프로로 전향한 박지은 (20) 도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리마의 로스트크릭 골프장 (파72)에서 끝난 LPGA 2부투어 리마오픈 골프대회에서 3라운드 합계 6언더파 2백10타로 우승, 프로전향 후 첫승을 올렸다.

[박세리 일문일답]

- 소감은.

"아버지에게 '아버지 날' 선물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

- 오랜 슬럼프 끝의 우승인데.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신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 부담은 없었나.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했다. 내 뒤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몰랐다. "

- 앞으로의 목표는.

"이번 대회 시작부터 감이 좋았다. 시즌이 절반 정도 끝났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생각이다. "

뉴욕지사 = 최용석 기자,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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