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정치세력 차라리 노조 안 하는 게 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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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대로 가면 다치는 공무원이 나오게 됩니다. 조합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조 지부장을 맡았는데 (민주노총 가입으로) 피해를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개 공무원 노조가 통합과 함께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에 반발해 전격 사퇴한 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부산 연제구지부 박홍조(54) 지부장이 23일 연제구청 경제진흥과 자신의 책상에서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박씨는 이날 오전 지부 홈페이지에 ‘그동안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노총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있어 사퇴한다는 것을 400여 명의 조합원에게 알렸다. 그는 “여러분께서 선택하신 민주노총과 함께 가야만 하는데 여러분의 뜻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지부장 자리를 비켜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해 사퇴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7월 1일 임기 2년의 연제구 지부장에 취임했다. 1980년 1월 9급 행정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박씨는 현재 고용창출 업무를 담당(6급)하고 있다. 그는 “욕을 하는 사람이 많은 형편이어서 사진 촬영에는 응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박씨의 사퇴를 계기로 그동안 민주노총 가입에 부정적 입장에 있는 일부 지부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제구지부 관계자는 “박 지부장의 사퇴는 지부의 의견과 관계없이 개인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가입으로 민공노가 입을 피해는 무엇인가.

“나는 민주노총을 정치세력으로 본다. 민주노총은 정치적 요구를 달성하는 데 민공노를 앞장세울 것이다. 민주노총이 공무원 조직을 편들어 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민공노의 활동은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민공노가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이 어떤 요구를 할 것으로 보는가.

“현 정권 퇴진 요구 등 정치적 주장이나 전교조 지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민공노 중앙조직에 투표 거부 뜻을 전 했나.

“지부의 한계를 절감했다. 위에서 결정한 것에 거부하지 못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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