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KBS '광끼' 주인공 최강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사내 같은 이미지가 강한 역을 맡을 땐 머리만 한번 털고 집에서 나와요. " 선머슴 같은 모범생 '민재' 역을 맡은 뒤로 별명까지 바뀌었다는 최강희 (22). " '강희 언니' 라고 부르던 동료 들도 이젠 '강돌이' 라고 불러요. " 영화 '여고괴담' 의 '제희' 역도 그렇고, KBS '광끼' 에서도 학생 이미지로 굳어졌다.

데뷔 사연이 재미있다. 고3이던 96년 초겨울. 버스 안에서 잃어버린 다이어리를 찾아가라고 연락한 곳이 뜻밖에 KBS였다. PD가 버스 안에서 그것을 주웠던 것. "사무실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모두 저를 쳐다봤어요. 그리고 한 마디씩 하는데 엊그제 한 일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어요. " 다이어리가 하도 아기자기해 너나없이 돌려봤다고 한다.

"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며 따지다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죠. " 재미있는 건 그 다음이다. "그런데 거기가 오디션 장소였어요. 우는 모습도 카메라에 다 담겼고요."

그런 그의 '연기력' 이 마침 드라마 '신세대 보고' 의 여주인공을 물색하던 박찬홍 PD에게 쏙 들었다. 너무도 우연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연기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녹녹치 않다. 인터뷰하는 사이 테이블 위에 놓인 소설책을 슬쩍 봤더니 군데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다.

"소설의 묘사 부분에서 습관을 찾는 거예요. 이런 성격의 인물에겐 어떤 버릇이 있을까. 또 어울릴까. "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극장에서 옆에 앉은 남자친구가 안경을 꺼낸다고 가정해 봐요. 안경을 잽싸게 뺏어서 안경알을 닦아주는 거예요. 대사를 안 해도 세심한 성격이 드러나잖아요. " 비디오를 보는 방식도 독특하다.

"수전 서랜든이 출연한 작품을 모두 빌려 놓고 시작해요. 성격을 비교하죠. 어디까지가 저 배우의 원래 성격인지, 어디서부터가 연기인지를 파악해요. " 자신의 연기를 보다가도 '앗, 저건 강희다' 라는 대목이 있다는 것.

"넘어설 수 있는 데까진 자신의 성격을 넘어서야죠. 그게 또 연기의 매력이구요. " 신세대답지 않게 차분하다고 평하자 "오히려 톡톡 튀는 면이 저에겐 더 필요해요" 라며 받아친다. 빈 도화지의 매력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채워야할 여백이 더 기대된다는 점에서 그의 이미지는 '빈 도화지' 이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