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국방부 벙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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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일 국방부는 사실상 전시상황에 돌입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엔 하루종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으며 진해 해군작전사령부와 남한 최북단 공군전투비행장인 수원 전투비행장도 긴급 작전회의와 출동 채비로 숨가쁘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교전 직후 서해 5도 인근 해군부대와 해병 여단.해군 제2함대 사령부 등에 언제라도 군사개입 가능성이 있을 경우 대비하는 '데프콘 3' 에 준하는 전투준비태세를 하달.

오전 11시엔 '워치콘 2' 를 발령. 조성태 (趙成台) 국방부장관 등 군 수뇌부는 교전 발생을 보고받자 즉각 국방부 지하 지휘통제실에 모여 시시각각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존 틸럴리 주한미군 사령관과 김진호 (金辰浩) 합참의장도 오후 3시 합참의장실에서 긴급 한.미군사위원회 (MC) 회의를 갖고 한.미 연합군의 위기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갔다.

한.미군사위원회는 한.미 합참의장간 작전 및 전술협의체로 통상 매년 한차례 정도 열리지만 서해안 사태의 중요성에 비춰 틸럴리 사령관이 헨리 셜튼 미 합참의장을 대신해 참석.

○…공군은 이날 교전 소식을 접하고 수원.서산.청주 등 주요 공군기지에 긴급 비상출동 태세를 갖추는 한편 서해안 및 전방지역 주요 레이더 기지에 공중감시 태세를 강화했다.

주한미군 사령부도 위기관리반을 가동, 오키나와 (충繩) 미군기지에서 운영 중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AWACS) 와 주한미군에 배속된 U - 2 정찰기의 서해상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는 등 긴급상황에 돌입했다.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에서는 유엔사와 북한군간 장성급 회담이 오전 10시부터 열렸으나 북한측이 서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으로부터 먼저 함포사격을 받았다는 억지에다 12해리 영해를 주장하는 바람에 오전 11시45분쯤 정회됐다. 국방부와 군당국은 사태확산 방지에도 부심했다.

○…국방부는 이날 교전결과 우리 해군의 일방적 승리라고 평가.

특히 교전 5분 동안 중형 경비정 한 척이 반침몰 상태에 놓이고 소형 경비정 한 척이 침몰하는 등 북한 경비정 수척이 파손된 반면 우리 함정은 북한 어뢰정에서 발사한 25㎜ 기관포에 7명이 부상하고 고속정 한 척이 경미한 피해를 보자 안도하는 표정.

우리측 부상자들의 상태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경미한 부상" 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편 교전에 대한 군 관계자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한 영관급 장교는 "북한이 장성급 회담에 임하는 걸로 봐 확전 의사는 없는 것 같다" 고 한 반면 다른 영관급 장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추가 교전을 막는 것이 긴요하다" 고 말하는 등 사태 추이에 촉각.

○…국방부는 일단 북한이 교전 후 별다른 군사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보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먼저 북한이 황해도 등산곶.순위도.구월봉.목은리.개미리 등에 배치된 사정거리 83~95㎞의 샘릿과 실크웜 등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75~1백㎜ 해안포를 동원, 우리 함정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군당국은 보고 있다.

국방부와 군당국은 사태확산 방지에도 각별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국방부 = 윤창희.수원 = 정찬민.진해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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