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보고서 왜 늦추나] '공화' 달래기로 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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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정부의 대북 (對北) 정책 재검토 작업을 맡은 윌리엄 페리 조정관의 보고서는 언제나 나올 것인가.

원래 페리 보고서는 5월말에 있었던 그의 북한 방문이 끝나면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페리는 최근 의회관계자들에게 4주 내지 6주 후에나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페리의 이같은 더딘 행보를 놓고 몇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의회의 반발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를 주도하는 공화당엔 대북 강경파들이 많다.

페리는 8, 9일 이틀간에 미 상.하 양원 지도부 서너명에게 브리핑을 했다.

10일엔 미 의회 전문위원들과 보좌관들을 대상으로 방북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을 사전에 청취함으로써 최종결과물이 나왔을 때 예상되는 반발을 누그러뜨려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일종의 출구전략 (exit strategy) 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위협 감소법안' (북한 난민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을 제출해 놓은 벤 길먼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페리의 작업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며 벼르고 있는 점도 페리에겐 부담이다.

두번째 배경은 상황변경이다.

현재 코소보사태가 해결 막바지에 달했고 중국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클린턴 정부나 의회 모두 북한문제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결국 페리 보고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쾰른 G8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환하는 이달 23일과 독립기념일 휴가에 들어서는 7월 2일 사이에 대통령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7월 중엔 대북정책 관련 상.하 양원 청문회를 통해 반년 이상 지속된 페리작업 결과물의 대강이 일반에 알려지는 수순을 밟게될 전망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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