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민심대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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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노조 파업 유도 발언이라는 돌출사에 따라 김태정 (金泰政) 법무장관을 경질한 것은 결과적으로 민심이 관철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정부측은 金장관 해임에 대해 '지휘감독 불충실' 등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그에 대한 민심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金장관의 처신과 경질문제를 둘러싸고 권부와 민심간에 일어났던 마찰과 갈등 요인이 이번 경질로 완전 해소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긍정적인 영향은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집권측은 이번 인사를 뼈아픈 자성과 교훈의 계기로 삼아 이런 불필요한 분란을 다시 일으켜서는 안될 것임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국무위원에 대한 임면권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불신하는 사람까지 대통령이 껴안아도 된다는 논리는 통할 수 없다는 교훈이 이번 金장관 경질사태로 명백해졌다고 볼 수 있다.

金장관은 연초 대전법조비리 사건이 터졌을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상명하복의 조직기율로 움직이고 있는 검찰 내부로부터 공공연한 퇴진압력을 받았던 장본인이었다.

그는 지난 4월엔 국회에서 비록 4표차이로 부결되긴 했으나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 등을 이유로 한 탄핵소추발의까지 당했다.

그런 그가 5월 하순 개각때 오히려 법무장관으로 승진.기용되자 그의 경질과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게다가 부인의 옷 뇌물 의혹 사건까지 터져 급기야 1백여개 시민.사회단체들마저 그의 해임청원운동에 나서게 됐다.

공동여당 내에서도 그의 경질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지경이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은 들끓는 민심을 묵살하면서 옷사건에서 金장관 부인의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근거로 金장관의 유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검찰이 파업 유도 발언을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했는데도 물의의 지휘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 하겠다.

여론에 밀려 金장관을 경질한다면 정부의 영 (令) 과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오기로 버틴 결과가 오히려 더 참담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민심을 거스르고 거부하는 어떤 형태의 정치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준엄한 교훈을 집권측은 거울로 삼아 국정운영의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여권은 항상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 그에 맞는 국정운영을 해야 할 것이다.

민심의 동향이 집권측의 국정기조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이번 金장관의 경우처럼 그 처리에 미적거리는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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