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상비약.의료비품 준비.관리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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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이가 놀다가 다쳐 갑자기 피를 흘리거나 한밤중에 열이 펄펄 날 땐 가까운 병원 가는 일도 쉽지 않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각 가정에서 갖추고 있어야 할 가정상비약과 의료비품을 살펴본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申浩澈) 교수는 "개인보험이 발달한 미국에선 보험회사가 가정상비약이나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급약세트를 늘 준비해주지만 우리 나라에선 현실적으로 각 가정이 알아서 챙기는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기본적인 가정 상비약은 해열진통제.소화제.제산제.소염제.항생제가 포함된 피부연고.소독약 등. 의료비품으로 체온계.붕대.반창고.핀셋.의료용 가위 등을 갖춰둬야 한다.

상비약은 각각 약 봉투에 담아 약의 용도와 복용방법.유효기간을 반드시 기록해 습기가 없는 곳에 둔다.

申교수는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장롱 위 같은 높은 곳을 정해 약 상자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고 말한다.

약을 이곳저곳에 두었다가 아이들이 무심코 집어 먹어 응급실로 실려오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 항생제시럽은 항상 냉장보관해야 하며 특히 여름엔 연고도 냉장보관하는 것이 좋으므로 냉장고 윗칸 한 줄은 아예 상비약 코너로 정해놓고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비약도 이따금 점검해야 한다.

오래 사용하지 않아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이 적지 않게 있기 때문. 강북삼성병원 조경희 (趙庚姬) 약제과장은 "유효기간은 약마다 제조일을 기준으로 틀리지만 통상 알약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선 2년정도, 일단 뜯으면 1년 이내 사용해야 하고 항생제 시럽인 경우 개봉 후 1~2주 이내, 그외 시럽류도 길어도 두 세 달 후엔 버려야 한다" 고 말한다.

또 조제된 가루약은 흡습성이 강하므로 남는 즉시 버려야 한다는 것. 연고제제는 개봉이 안 된 상태에선 2년 정도 유효하나 개봉한 후엔 반 년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소독용 베타딘이나 알코올 등은 상처 부위에 찍어 바르는 경우가 흔한 데 이럴 땐 약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상처가 다 나으면 남은 약은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趙과장은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효과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변질 됐을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약을 구입할 때 반드시 약사에게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의사가 처방한 약이라고 해도 남겨뒀다가 다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흔히 눈병이나 감기증상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과거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약을 사용하기 쉬운데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일. 비록 증상이 같더라도 병명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 알약이 몇 봉지 남았더라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가정에서 돌발적인 사고로 가족이 다치면 보호자가 흥분해 우왕좌왕할 뿐 응급조처를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장 흔한 경우가 출혈.골절.통증 등. 출혈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혈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물론 환자가 숨쉬기에 곤란을 겪거나 머리.척추 등이 다친 것 같을 때, 의식 장애.통증을 호소하면서 식은 땀.호흡곤란이 있다면 보호자가 손을 쓰기 어려우므로 즉시 119를 불러 응급실로 후송해야 한다.

申교수는 "가족 중 지병 (持病) 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상비약 이외에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약을 준비해야 하며 가족도 어디에 그 약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고 들려준다.

예컨대 협심증 (狹心症) 은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땐 즉시 준비된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천식도 발작이 있어나면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입안에 대고 흡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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