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호랑이 DNA로 부활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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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호박 (화석의 한 종류)에 들어있는 모기의 피에서 DNA를 추출해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영화 '쥬라기공원' 처럼 멸종한 동물의 DNA를 채취해 되살리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되살려질 동물은 '태즈메이니안 호랑이' .33년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주에서 생포돼 3년간 동물원 신세를 지다 숨을 거둔 '벤저민' 을 마지막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다. 고양이와 호랑이를 합쳐놓은 듯한 생김새에 캥거루처럼 새끼를 주머니에서 키우는 것이 특징.

최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호주박물관 유전학자들이 박물관 창고에서 알콜이 든 유리 용기 속에 완벽한 형태로 보존돼 있는 태즈메이니안 호랑이 새끼를 발견한 후 DNA를 추출해 이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생물학자인 마이클 아처 호주박물관장은 "1866년에 유리병에 넣어진 이 새끼 호랑이는 어미의 주머니를 나와 태어나기 일보직전인 상태로 일체 손상 없이 보존돼 있다" 고 말했다.

특히 포르말린이 아닌 알콜에 담겨 있어 DNA손상이 거의 없을 것으로 호주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호랑이와 비슷한 종 (種)가운데 DNA정보가 제거된 난자에 이 호랑이의 완벽하게 보존된 DNA정보를 주입해 암컷의 자궁에 착상시켜 부활시킨다는 계획. 이 계획은 세계 각국의 다른 박물관이 보존하고 있는 같은 종의 호랑이를 제공하겠다고 알려오면서 실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보존돼 있는 이 멸종 호랑이 수는 모두 6마리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의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DNA의 정보량이 많아져 원형에 가까운 호랑이를 부활시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다. DNA를 완벽하게 되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 런던 자연과학사박물관 리처드 토머스 박사는 "태즈메이니안 호랑이와 비슷한 종의 동물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종이 전혀 다른 난자를 이용해 과연 성공적으로 임신시킬 수 있을지, 새끼를 잘 낳을 수 있을 지가 의문"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복제기술을 응용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호주 과학자들의 전망. 호주 라트로브대학 유전공학과 마이크 웨스터먼 교수는 "연구비만 확보되면 멀잖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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