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외교' 뭘 얻었나] 북한-중국 다시 어깨동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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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남 (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향후 양국 관계개선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남의 방중 목적은 우선 92년 한.중수교 이후 북한.중국간에 조성됐던 '앙금' 을 털어내는 데 있다.

김영남은 91년 10월 김일성 (金日成) 의 방중 이후 7년여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다.

각급 회담을 통해 양측은 오랫동안 고위층 교류가 없었던 점을 서로 양해하면서 그 원인을 '김일성 사망' 이라고 봉합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일련의 접촉후 '전통적 우호' '혈맹' 등의 수사어로 우의를 강조했다.

金위원장은 장쩌민 (江澤民) 주석 등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완전 지지한다" 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비판적이던 과거 북한 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金위원장이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上海) 방문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를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베이징 (北京) 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양국간 신뢰회복에 중점을 두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공동 관심사에서도 양국은 견해를 같이했다.

金위원장의 남북한 고위급 회담 추진과 관련된 설명에 중국은 '외세 간섭 없는 남북한간의 회담을 지지한다' 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양측이 미국을 '패권주의' 라고 한 목소리로 질타한 대목이다.

이는 유고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각종 압력에 맞서기 위해선 양국간 관계복원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번 김영남의 방중으로 다져진 북.중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후속으로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이어진다면 김일성 - 마오쩌둥 (毛澤東) 의 '제1기 교류협력 시대' 에 이어 김정일 - 장쩌민의 '제2기 교류협력 시대' 가 열릴 가능성은 크다.

이런 북.중간 관계개선에 대해 우리정부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국의 외교.경제적 대북 지원은 북한체제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고, 이는 북한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 낸다는 우리의 대북정책의 기조와도 부합된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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