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 '화엄의 길, 생명의 길'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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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소설.산문 등 스님들의 문필활동이 활발하다.

일부는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독자들도 많다.

그러나 이중 많은 글들은 산사 (山寺) 나 고승 (高僧) 들의 고즈넉한 분위기, 혹은 신비스런 삶에 대한 독자들의 감상적 동경에 맞춰져 있다.

이런 가운데 도법 (道法.실상사 주지) 스님이 구도의 자세와 불법과 삶의 세계,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파고 든 '화엄의 길, 생명의 길' (선우도량출판부.8천원) 을 펴냈다.

지난해말 온 국민을 실망시킨 조계종단의 종권을 둘러싼 폭력충돌 때 도법스님은 총무원장 대행을 맡아 분규를 종식시키고 미련없이 지리산 실상사로 내려갔다.

65년 출가해 강원과 선원에서 두루 수행하고 90년에는 불교개혁을 위한 '선우도량' 결성을 주도한 스님다웠다.

도법스님은 이 책에서 동체적 평등의 원리를 일관되게 내세우고 있다.

'화엄경' 에서는 깨달음의 세계 (智正覺世間) , 뭇 생명체들의 세계 (衆生世間) , 산천초목등 대자연의 세계 (器世間) 등 삼세간을 상호장엄이라 했다.

부처와 인간과 자연의 세계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각기의 몫을 다하고 서로 주고 받으며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는 갈등과 대립, 뺏고 빼앗김, 승부 등이 있을수 없다.

오로지 주고받는 호혜로운 삶만 있을 뿐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이와 같은 데 한국불교에는 세계제일, 불교사 이래 최초 등 크게, 사람 많이 모이게, 세상 떠들석하게 하는 물량적 속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옥중에서 스님의 글도 읽고 출옥후 대화도 나눈 박노해 시인은 도법스님을 "수행과 실천이 안팍 없이 일치해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님" 으로 존경하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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