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중 양다리 실리외교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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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김정일 (金正日) 이 미.중 관계의 틈새를 노린 '두마리 토끼잡기' 를 시도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31일 "북한이 미국에는 적대적 대북정책을 포기토록 요구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양국 모두에 경제지원을 요청하는 실리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주 찾아온 미국의 윌리엄 페리 조정관에게 경제제재조치 해제와 함께 미사일 수출중단 대가로 매년 수억달러씩 경제적 보상을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북한은 또 3일부터 5일간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고위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50명이 넘는 대표단에는 최태복 (崔泰福) 당비서. 홍성남 (洪成南) 총리. 백남순 (白南淳) 외무상. 김일철 (金鎰喆) 인민무력상. 강정모 (姜正模) 무역상. 임태덕 (林泰德)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 등 내로라 하는 김정일의 측근들이 망라돼 있다.

이들은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리펑 (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주룽지 (朱鎔基) 국무원 총리를 만나 한.중 수교 (92년) 이후 중단된 고위급 인사의 상호방문 재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이 자리에서 최근 사정이 나아진 식량보다 원유공급 확대를 요청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원유 50만t을 장기차관 제공형식으로 수출했다.

그러나 이는 당초 약속한 1백만t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다.

또 홍콩에 총영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타결짓고, 대중 (對中) 채무 (40억달러로 추정) 상환조건의 완화문제도 제기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망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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