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기술' 설곳이 없다…8조시장 외국업체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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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년간 15억원을 들여 미생물을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치를 개발한 벤처기업 N사의 金모 사장은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지난해 말 미생물만 투입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하루만에 발효.증발돼 쓰레기를 깨끗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특허까지 받았다.

그러나 지자체나 업소들이 "판매실적이 없다" 는 이유로 시설도입을 꺼리고 있다.

金사장은 "땀흘려 개발한 기술이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폐형광등에 들어 있는 수은 등 중금속 자동분리기와 캔 압축기 등을 개발한 L사와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를 흡수하는 제품을 선보인 E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L사는 일본.독일업체와 제품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반응은 너무나 애를 태우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땀흘려 개발한 국산 환경기술의 80% 이상이 사장 (死藏) 돼 연간 8조원대에 이르는 환경시장 대부분을 외국업체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쓰레기 소각시설의 국내 신기술 활용률은 0%, 하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 시설은 평균 30%선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환경기술 수준은 98년말 현재 선진국의 20~3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태계 보전기술은 최하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신기술 활성화 대책은 겉돌고 있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부터 실용화율을 높이기 위해 일단 개발자가 시설을 설치토록 한 뒤 효과를 입증하면 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성공지불제 (成功支拂制)' 를 도입했지만 5월 현재 한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신기술을 3개월 내 (현행 1년)에 평가, 공증해 주는 제도도 마찬가지. 이같은 상황에서 2백여개에 이르는 환경 벤처기업들이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 개발업체 K사, 페트병 분쇄기 전문 Y사 등 상당수 업체가 문을 닫거나 폐업위기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이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실용화를 위한 정부 지원확대와 기업.국민의 의식전환이 더 시급하다" 고 진단한다.

환경부 주봉현 (朱鳳賢) 환경기술과장은 "G - 7과제를 포함한 각종 환경관련 기술의 실용화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을 서두르겠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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