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면 얼마나 쌓이는지 카드에 다 적어 놓았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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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호 22면

각종 혜택을 적은 카드를 들고 밝게 웃는 김자희씨. 그는 "처음엔 앞쪽에 메모했지만 부끄러워 요즘엔 뒷면에 적는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TGIF 1%, 엔젤리너스1%….” 어린이집 교사인 김자희(26)씨의 신용카드 뒷면엔 이런 메모가 촘촘하게 적혀 있다. 검정 네임펜으로 한 메모는 가맹점과 적립 혜택, 적립률까지 포인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김씨는 신용카드뿐 아니라 체크카드나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에도 요일별로 할인되는 가게를 메모한다.

포인트 고수들의 적립 비법

‘첫째 주 수요일 아웃백 30% 할인, 맥도날드 10% 할인…’ 식이다. 김씨는 “부모님이 할인혜택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카드에 적어드리다 이젠 내 카드에도 하고 있다” 며 “자주 가는 매장 중심으로 정리해 놓으면 유용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용카드사가 평균적으로 결제 금액의 0.1~3%를 포인트로 되돌려준다. 하지만 가맹점 간에도 적립률 차이가 있어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신용카드 팸플릿도 좋은 정보 수집처다. 김씨는 팸플릿에서 파악한 핵심 약관과 혜택을 표로 만들어 수첩에 적어뒀다. 지출 내용을 기록한 가계부엔 신용·체크·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 항목을 따로 만들어 월말에 각 카드 결제액과 포인트 적립액을 적어둔다.

이런 정리 습관으로 김씨는 제법 많은 혜택을 누린다. 그는 최근 가입한 신용카드 결제계좌를 카드사와 같은 계열인 은행의 것으로 설정해 1만 포인트를 벌었다. 한 달에 한해 포인트를 10%로 적립해주는 카드사의 이벤트 때문이다. 김씨는 “이 행사는 신용카드 팸플릿에만 나와 있고 홈페이지엔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회사 카드직원에게 혜택 실행 여부를 확인하곤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카드 혜택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서 정리해 활용하는 것도 유용한 습관이다. 김씨는 “약관이나 혜택들은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각종 카드회사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 내용을 살피고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드사나 가맹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벌이는 특별 이벤트도 꼭 챙긴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무료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한 달에 2000포인트를 석 달간 적립받아 6000포인트를 손쉽게 모았다. 또 백화점에서 3만원어치 물건을 구입하면 롯데카드 포인트를 준다는 행사 내용을 백화점 홍보책자에서 보고는 과거 구입한 내용이 적힌 영수증을 매장에 들고 가 5000포인트를 받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버리는 포인트를 주워라
은행원 손나경(27)씨는 얼마 전 지방에 계신 부모님에게 줄 선물을 OK캐쉬백 포인트로 마련했다. 적립된 OK캐쉬백 포인트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꿔 부모님께 드린 것이다. 손씨는 대형 할인마트나 커피숍,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에 쌓이는 통합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인 OK캐쉬백은 포인트 가맹점이 5만 개 이상이나 되고, 사용처가 넓어 신용카드 포인트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가맹점에서 쇼핑할 때 사용 금액의 일정 부분(0.1~5%)을 포인트로 적립받는다. 손씨는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꼭 OK캐쉬백 쿠폰이 붙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손씨는 “5000점 이상(온라인 매장에선 1점 이상)이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5만 점 이상이면 현금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씨는 특정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에서 두루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해피포인트 적립카드도 활용한다.

손씨의 포인트 쌓기는 자신의 소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가 잘 모으지 않는 쿠폰이나 해피포인트 등을 자신이 챙긴다. 부장님이 산 커피 값을 자신의 해피포인트나 쿠폰에 적립받는 식이다. 우유팩과 과자 상자 등에 나오는 OK캐쉬백 쿠폰도 오려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는다. 손씨는 “포인트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아 그냥 묵혀 두거나 버리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며 “직장 상사나 동료가 계산하며 포인트 적립을 지나칠 때 자신이 대신 적립해 얻는 포인트 수입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영화·외식 등도 포인트로 해결할 수 있으니, 각종 포인트는 실제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법인카드엔 포인트 없을 수도
창업투자회사 자금회계부에 근무하는 조은영(25)씨는 얼마 전 부서 직원 10명에게 3만원 상당의 미용용품을 선물했다. 3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지만 조씨가 실제로 낸 돈은 없었다. 모두 신용카드 포인트를 활용했다. 특이하게도 조씨가 활용한 포인트는 법인카드에 쌓인 것이었다. 자신의 부서에서 사용하는 법인카드에는 40만 포인트가 넘게 쌓여 있었다. 조씨가 부장을 설득해 포인트로 부원들에게 줄 선물을 산 것이다. 선물에는 “숨어 있는 포인트가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법인카드는 특성상 사용금액이 개인 카드보다 많다. 그래서 쌓이는 포인트가 많지만 그것을 챙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법인카드에 포인트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와 회사가 맺는 조건에 따라 포인트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런 특약이 없다면 쌓인 포인트는 일반 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다. 조씨는 “아직 사람들에게 법인카드 포인트는 알려져 있지 않다”며 “포인트를 통해 회사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인트만 노리고 펑펑 쓰는 건 금물
포인트 제도는 구매자의 소비에 따라 생기는 부가적인 혜택이다. 포인트 적립에 집착하다 보면 자칫 쓸데없이 물건을 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김병석 현대카드 마케팅 팀장은 “포인트 이용 혜택만을 바라보고 본인의 상환능력을 넘어 소비하는 것은 포인트 제도 본연의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소비만 늘리기보다 자신이 필요한 것에 실속 있게 쓰는 것이 포인트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포인트를 쌓을 때 어떻게 사용할지를 생각하는 것도 좋다. 요즈음은 신용카드사별로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포인트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부가서비스도 카드마다 다르다. 생활패턴과 미래의 계획을 감안해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가 있다면 그것을 주거래 신용카드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본인의 소비성향과 목적에 맞춰 쉽게 포인트를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카드사의 가족 포인트 합산제도를 활용해 포인트를 모아 쓰면 쪼가리 포인트까지 알뜰하게 쓸 수 있다.

임남훈 삼성카드 포인트연구소장은 “포인트 사용 고객은 크게 적립해 한번에 쓰는 ‘자신 만족형’,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 생활비에 쪼개 쓰는 ‘알뜰살뜰형’, 한 곳에 집중해 쓰는 ‘독불장군형’, 비싼 물건을 살 때 미리 포인트를 쓰고 나중에 갚아 나가는 ‘선견지명형’으로 나눌 수 있다”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포인트를 모으고 쓸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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