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록의 살아있는 신화 신중현 24년만에 라이브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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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신중현이 시인 김삿갓과 함께 생생한 라이브로 돌아온다. 29일 오후7시 수원 화성 동문 (창룡문)에 위치한 연무대 특설무대에서 '화성 국제 연극제' 의 일환으로 6인조 김삿갓밴드 공연을 가지는 것. (무료. 문의 수원시청 0331 - 229 - 2471)

75년 '대마초 가수' 로 활동규제에 묶여 무대를 떠난지 24년만이다. 물론 신중현은 80년 규제가 풀린뒤 '뮤직파워' '세 나그네' 등 그룹을 만들어 활동을 계속했지만 정식공연은 갖지못했고 그나마 83년 이후엔 은둔에 들어갔다. 그런 만큼 1시간 넘게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이 라이브는 옛 노래를 다시 연극하는 차원이 아닌 신중현의 역동적 신곡무대다.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옛 히트곡도 연주되지만 주 레퍼토리는 지난해초 발표한 새음반 '김삿갓' 에 실린 '간음야점' '돈' '금강산' 등이다.

'김삿갓' 은 83년이래 대중의 무관심속에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던 신중현이 97년 가요사의 기념비적 인물로 재조명되고나서 기운을 차려만든 역작이다. 신중현 60평생중 정신적.사회적.금전적으로 가장 평안한 시점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작품에서, 그는 평소 동일시해온 김삿갓의 시세계를 블루스와 장타령으로 거침없이 풀어냈다.

그러나 대중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외면하는 바람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신비의 음반이 되고말았다. 따라서 이 라이브는 그 김삿갓의 맛을 생생히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음악평론가 성기완은 "40년간 록음악을 다져온 노장만이 낼 수 있는 한국적인 록, 한국적인 블루스가 '김삿갓' 에 있다. " 고 말한다. 한때 현란한 사이키델릭 선율로 동물적 마력을 뿜어냈던 신중현의 연주는 여기선 낮은 선율에 조용조용 현을 튕기는 슬로핸드 주법으로 바뀌어있다.

그 주법으로 그는 전기기타의 쇳소리를 통기타의 울림소리로 둔갑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그리고 멜로디 이전에 느낌으로 다가오는 진한 블루스를 연출한다.

원래는 지난1월 목표로 공연을 준비해왔으나 돌연 머리속에 피가 고인 게 발견돼 지난2월 뇌수술을 받았고 20일간 입원했다. 완쾌한 지금 그는 더없이 맑고 편안해진 심신을 경험하고있다.

두주불사이던 술도 자연스레 끊게됐고 아침7시 기상해 2시간씩 기체조를 한뒤 한밤까지 공연 연습에 몰두하는 규칙적 생활을 한다.

"어제 리허설차 무대인 화성에 가봤어요. 잔디가 참 파릇파릇해요. 20여년만에 컴백이라 기왕이면 신선하게 대중과 만나고 싶었는데 딱 잘 됐지요. " 38년생이니까 환갑을 넘긴 나이. 무대에 서는 로커로는 세계 최고령급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음악인생을 다시 시작한다고 믿고 있다.

"가을께 일본공연을 할 작정이예요. 문화교류시대에 우리 음악의 우월성을 그네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주려는 거죠. 그리고나선 모든 국민들이 함께 부를 대곡을 내고싶습니다. 건전가요가 아니라 정말 좋아서 부르는 국민가요를요. 그 다음에도 여러 계획이 있지만 우선은 내일 공연이 제일 중요합니다. 솔직히 설레요. 공연을 하게되니까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네요. "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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