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고관부인에 옷 로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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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동아그룹 최순영 (崔淳永) 회장 부인 이형자 (李馨子) 씨 '로비 사건' 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들의 주장은 평행선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의혹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가고만 있다.

의문점을 정리한다.

◇옷값 대납 요구했나 =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 이형자씨는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의 부인으로부터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부인 등이 구입한 옷값을 대납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李씨는 "안사돈과 막연한 사이인 康전장관 부인이 '앙드레 김' 과 '페라가모' 등에서 2천4백만원 상당의 옷을 검찰총장 부인과 구입했으니 알고 계시라며 대납을 암시적으로 강요했다" 고 말했다.

李씨는 또 "康전장관 부인이 다음날에는 총장부인 등이 라스포사에 가서 몇천만원어치 물건을 구입했는데 칼을 든 사람이니 어떻게 하겠느냐며 대납을 설득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부인은 "딸의 약혼식을 앞두고 康전장관 부인의 안내로 앙드레 김에서 1백20만원짜리 정장과 라스포사에서 50만원어치 옷을 구입했으나 두차례 다 직접 대금을 지불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康전장관의 부인은 "李씨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 라며 부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다.

◇왜 대질 안했나 = 지난 1월 사직동팀 (경찰청 조사과) 조사 당시 대납 압박 의혹이 제기됐으나 康전장관 부인이 첫날 조사만 받은 뒤 "몸이 아프다" 며 더이상 조사를 받지 않아 대질신문이 무산됐다.

당시 金전검찰총장 부인과 李씨는 康전장관 부인과의 '3자 대질신문' 을 강력히 요청했으나 사직동팀은 로비 혐의가 전혀 드러나지 않자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종결해 대질이 이뤄지지 않았다.

金전검찰총장 부인 등은 지금도 '3자 대질' 을 요구하고 있다.

◇金전검찰총장 부인 밍크반코트 왜 즉각 반납 안했나 = 金전검찰총장 부인은 12월말께 라스포사에서 옷을 사면서 자신이 구입하지 않은 4백만원짜리 밍크 반코트가 배달된 사실을 확인하고 라스포사에 전화를 건 뒤 반납했다.

그러나 金전검찰총장 부인은 문제의 밍크 반코트를 곧바로 반납치 않고 며칠간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金전검찰총장 부인측은 이틀만에 반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7일만에 반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곧바로 반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26일 기자들을 상대로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할때도 金전검찰총장 댁에 밍크 반코트가 왜 배달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라스포사 鄭리정 사장 어떤 역할했나 = 라스포사는 원래 여성정장과 웨딩드레스 매장으로 수천만원대의 밍크코트는 취급치 않고 있다.

라스포사 鄭사장의 남편인 정환상 (62) 회장도 "라스포사에는 모회사인 클라라에서 만든 수백만원대의 밍크코트를 간혹 판매하기는 하나 수천만원대의 밍크코트는 팔아본 적이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직동팀의 조사 결과 이형자씨가 3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라스포사에서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져 鄭사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鄭사장은 사건이 표면화되자 일본 도쿄 (東京) 로 출국해 진상규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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