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개각] 개각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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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본격적으로 단행한 5.24 개각은 이례적으로 예고되는 바람에 시기와 폭에 대한 관측이 분분했다.

우여곡절과 뒷얘기도 그만큼 많았다.

○ …청와대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은 오전에 개각내용을 발표한 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의논한 명단대로 됐으며 어젯밤에 바뀐 인물은 없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金실장은 "지난주 토요일 (22일) 부터 통보를 시작했으나, 서너명은 늦게 결정돼 어제 오후 11시까지 통보했다" 고 밝혀 막판 진통이 적지 않았음을 시인. 때문에 국방.교육.문화관광부장관은 유임.교체설이 엇갈리거나 후임 하마평이 한때 혼선을 빚기도 했다.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 등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은 의원직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오며 유임 희망을 강력히 개진하기도 했다는 후문.

그런가 하면 청와대 공보수석실은 박지원 대변인의 문화관광부장관 내정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밤늦게 "申장관이 유임으로 낙착됐다" 고 일부러 연락을 해 연막을 피우기도 했다.

○ …김종필 총리의 측근들은 이번에 입각한 장관들 중 'JP가 챙긴 사람' 은 적어도 3명은 된다고 전언.

총리실 관계자는 "충남 공주 출신의 이건춘 건교부장관, 천안 출신의 조성태 국방부장관, 그리고 국민연금 파동 때 JP가 추천했던 차흥봉 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의 보건복지부장관 발탁" 등이 JP의 작품이라고 주장.

한편 YS정권 말기 (96년 10월) 군을 떠난 조성태 전2군사령관의 장관 기용과 관련, 군 안팎에서는 '뜻밖' 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방부장관 인사는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작품일 것" 이라고 풀이. 70년대말 林장관이 육본 전략기획처장 시절 과장이었던 趙장관의 업무능력을 평가, 추천했다는 것이다.

○ … "국세청장은 건설교통부장관으로 가는 전 단계 자리인가. " 24일 개각에서 건교부장관으로 이건춘 (李建春) 전 국세청장이 임명되자 건교부 직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다.

국세청장 출신이 건설부 혹은 건설교통부장관을 거친 사람은 李장관을 포함해 모두 5명. 국세청장이 현재 11대 (청장은 10명) 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절반에 이르는 청장들이 건교부장관으로 승진해온 셈이다.

처음 물꼬를 튼 사람은 국세청 초대청장인 이낙선 (李洛善) 씨. 교통부와 통합되기 이전인 지난 73년 12월 건설부 시절의 10대 장관에 취임해 9개월간 재임했다.

청장 출신 다른 4명이 국세청장에서 바로 건교부장관으로 임명된데 비해 李전장관은 상공부장관을 거친 게 특징. 이어 13대 (78년 12월 12일~79년 12월 14일) 장관에 고재일 (高在一.3대 청장) 씨가 임명됐는데 12.12사건이 발생한 이틀 뒤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같은 임명코스가 10년 이상 중단된 듯 하더니 6공 시절 서영택 (徐榮澤.7대 청장) 씨가 24대 (91년 12월 20일~93년 2월 26일) 장관으로 취임, 다시 뒤를 잇기 시작했다.

徐전장관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물러났다.

94년 교통부와 합쳐진 이후에도 통합 2대 (95년 12월 21일~97년 3월 5일) 장관으로 추경석 (秋敬錫.8~9대 청장) 씨가 바통을 이어 받는 등 현재까지 국세청 - 건교부의 연계고리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부.경제부.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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