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칸 필름시장의 '한국인 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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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코리언 컴 백" .칸 필름마켓에 참여했던 한 국내 영화수입업자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IMF직후인 지난해 주춤했던 국내업자들의 영화 사재기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

때맞춰 각국의 영화판매상들은 " '봉' 이 다시 오기 시작했다" 며 한국업자들을 반겼다는 얘기다. 올 칸 마켓에 참여한 한국업체는 30여개로 지난해보다 3배이상 늘어났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물품을 사고 파는 것는 그야말로 '자유' 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터무니없이 판권값이 치솟는다는 것. 그런 고질적인 제살깎기 경쟁이 칸에서 재발 조짐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섹스 - 애너벨 청 스토리' .한 여성이 10시간동안 2백15명과 섹스를 벌이는 '가공할' 다큐멘터리다.

올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 여기에 무려 15개 업체가 계약경쟁에 뛰어들어 애초 2만달러대에 불과하던 판권값이 7배가 넘는 15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결국 C업체가 그 값에 샀다.

이 필름은 워낙 특이한 소재와 내용이어서 국내 상영시 심의통과도 불투명하다는 게 본 사람들의 중론. 그런데도 이런 과열 반응을 보인 것은 '우선 사두고 보자' 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잠수함 소재영화 'U - 571' 도 판권자가 경쟁업체의 난립으로 크게 올랐다는 후문. 한 영화인의 한탄이 귀를 때렸다.

"한탕주의라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업자들에게는 왜 기본적인 룰이 지켜지는 상도덕의 정착이 안되는 겁니까.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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