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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명곡 20]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에 관한 음악으로 생각나는 것은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서곡, 구노와 벨리니의 오페라,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정도다.

영화팬이라면 올리비아 허시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68년)에 흐르는 니노 로타 작곡의 '사랑의 테마' 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의 금자탑은 단연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1891~1953) 의 발레음악이다.

1938년 체코 브루노 초연 후 2년만에 러시아 무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상연됐다.

원래 키로프 극장에서 상연될 계획이었으나 극장장의 반대로 늦어졌다.

두 주인공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는 이유 때문.

프로코피예프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과 공연 계약을 맺고 작품을 완성했으나 볼쇼이 극장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상연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많은 수정을 거쳐 체코에서 초연된 것. 2시간30분이 걸리는 이 발레음악은 각 30분짜리 3개의 관현악 모음곡 (작품 64a, 64b, 101) 으로 엮어져 널리 연주되고 있다.

뛰어난 심리묘사, 집요한 리듬, 해학이 넘치는 선율로 지난해 영국 '클래식 FM' 청취자들이 뽑은 클래식 톱300에서 35위를 차지했다.

'귀족들의 행진' 으로도 불리는 제2번 모음곡의 첫 곡 '몬테규가와 캐퓰릿가' 는 금방이라도 싸우기라도 하듯 서로 으르릉대는 분위기를 잘 묘사한 팝 클래식으로 드라마 음악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영국에서 '기사들의 춤' 은 '샤넬 에고이스트' , 사랑의 테마는 리츠 비스켓의 TV광고 음악으로도 등장했다.

◇ 추천음반 = ▶앙드레 프레빈, 런던심포니 (EMI) ▶로린 마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데카) ▶발레리 게르기예프, 키로프 오케스트라 (필립스) ▶마리스 얀손스, 오슬로 필하모닉 (EMI) ▶에사 페카 살로넨, 베를린필하모닉 (소니 클래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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