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갈등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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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찰청 정보국장 박희원 (朴喜元)치안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거져 경찰 길들이기라는 '표적수사' 시비와 함께 검찰.경찰의 갈등요인으로 등장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찰청 정보국장은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전국 경찰이 수집한 정보를 총괄하는 경찰내에서 몇째 가는 중요한 자리다.

계급으로도 지금까지 뇌물로 구속된 경찰간부 중 최고에 해당한다.

이처럼 경찰의 핵심간부가 사건청탁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경찰청 집무실에서 현금 보따리를 챙겼다니 해도 너무했다는 느낌이다.

공직자의 부패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 비리나 썩고 곪은 곳을 도려내는 것은 경찰의 중요한 본분 중 하나다.

경찰간부가 이같은 본분을 망각하고 사건무마 대가로 뇌물을 챙긴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공직자 비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엄벌해야 한다.

핵심요직의 고위 공직자가 이처럼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 은 구호에만 그친 셈이니 근본적으로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착수 직후 경찰 내부에서 보복수사라고 흥분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났으므로 경찰이 이 사건을 더 이상 수사권 독립과 연관짓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근신과 자숙 속에서 경찰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신뢰를 받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 수사를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다.

검찰이 거듭거듭 무관함을 강조하는 모습이 오히려 어색하다.

과거에도 수사권 독립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경찰 비리가 검찰에 의해 들춰지기 일쑤였고 이번에도 경찰간부의 '희생설' 이 나돌았었다.

검찰은 오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검찰이 평소 엄정하고 공평한 법집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자업자득이 아닌가.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을 잠재우는 방법은 경찰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다.

물리적인 힘은 일시적 효과는 있지만 반발이 생기게 마련이다.

검찰이 경찰을 제대로 지휘하려면 엄격한 내부단속과 함께 경찰을 보다 따스하게 감싸안는 관용과 포용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제 검찰.경찰은 더 이상 수사권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양상을 보여서는 안된다.

두 기관의 감정적 대립은 백해무익 (百害無益) 하고 자칫 국가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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