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벌의 신용카드 '연회비 먹는 하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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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무심코 펴본 지갑 안에 신용카드가 여러장 보인다면 한번쯤 따져봐야 한다. 우선 9월부터는 한가지 카드로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게된다. 가맹점이 제각각이어서 여벌로 발급받았던 카드는 필요 없어진다.

카드는 사용하지 않더라도 연회비를 꼬박꼬박 물어야 한다. 제휴 서비스가 맘에 들었지만 발급후 쓰지 않게 된 카드는 하루 빨리 없애는 게 상책이다. 가위로 잘라버리면 끝나는 게 아니다. 해지절차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 골드카드가 최고? = 카드회사마다 가입자 자격에 따라 일반 - 우대 - 골드 - 플래티늄 등의 등급을 나눠 카드를 발급해준다. 등급이 높을수록 사용.현금서비스한도, 각종 부대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에 따라 연회비 역시 늘어난다.

만약 한달에 카드 사용액이 1백만원 미만인 사람이라면 굳이 골드나 플래티늄카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연회비가 싼 일반 카드를 써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또 카드사마다 일반적으로 발급하는 국내외 겸용카드 (비자.마스타 등과 제휴한 것) 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외국 나갈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은 국내에서만 쓸 수 있는 이른바 '로컬카드' 를 발급받는 편이 낫다. 연회비 부담이 겸용카드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업 혹은 여행 등의 이유로 거액을 한꺼번에 지불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격요건만 갖췄다면 수천만원의 대금도 한번에 결제할 수 있는 비씨.외환 등의 플래티늄카드 혹은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카드 등이 편리하다.또 카드사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일반.골드카드라도 사용한도를 한시적으로 늘려주기도 한다. 미리 전화로 알아두는 게 좋다.

◇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카드 = 최근 카드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제휴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휴카드엔 몇천원에서 몇만원까지 추가 연회비가 붙는다. 좀처럼 이용하지 않을 서비스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제휴카드는 회사별로, 카드 종류별로 서비스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본 뒤 자기 일상생활에 꼭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예컨대 매일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지하철 패스기능이 있는 국민패스카드나, 버스탑승때 버스표대신 쓸 수 있는 비씨교통카드.외환예스교통카드.삼성하나로.신스카이패스카드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닐 경우엔 카드사별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해주는 카드를 고르는 게 좋다. 또 ▶공항에서 전용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거나 (다이너스) ▶최고10%까지 항공권을 할인해 살 수 있고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면세점 체인인 DFS를 이용할 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 (외환) 들도 있다.

자가 운전자라면 주유소 가격할인, 24시간 무료 긴급출동서비스, 자동차민원대행서비스 등 각종 자동차관련 서비스가 많은 카드가 실용적이다.

요즘 나온 제휴카드들엔 대부분 '포인트 적립 서비스' 가 있다. 사용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쌓았다가 나중에 현금과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컨대 카드로 1천원을 쓸 때마다 1포인트씩 모아주었다가 2만포인트가 되면 다음번 카드대금 청구때 2만원을 깎아주는 식이다.

카드사에 따라서는 특별 가맹점을 이용하면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곳도 있다. 같은 값이면 가맹점을 골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 카드 해지는 깔끔하게 = 카드의 만기가 지나면 가입자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등급을 높인 카드나 새로 나온 제휴카드를 보내오는 회사들이 있다.

이럴 경우 비싼 연회비만 공연히 물 필요 없다. 카드사에 원래 쓰던 종류의 카드를 재발급해달라고 요청하면된다.

좀처럼 사용하지않는 카드를 없애려 할 경우엔 카드를 그냥 잘라버리는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드시 카드회사에 전화해 해지신청을 해야한다. 해지신청을 하지않으면 카드를 잘라버렸다해도 3년동안 연회비가 자동이체 계좌에서 소리없이 빠져나간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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