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11. 토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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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 수련 초심자가 익혀야 할 첫 단계의 호흡법은 '토납법 (吐納法)' 이다.

이른바 '조식법 (調息法)' 은 그 다음 단계의 호흡법임을 알아야 한다.

흔히 '조식법' 이라고 하면 숨을 고르는 것이어서 다짜고짜로 조식부터 익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숨 고르기의 본질과 조식법의 참뜻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할밖에 없다.

오늘날 기 수련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부작용도 따지고 보면 호흡법의 올바른 가르침을 받지 못한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납법' 에서 말하는 '토납' 이란 '토고납신 (吐古納新)' 의 준말이다.

낡은 기운 즉 고기 (古氣) 를 뱉고 (吐) 신선한 기운 즉 신기 (新氣) 를 들이 마신다 (納) 는 뜻이다.

문헌 (文獻) 상 이 말을 최초로 쓴 '장자 (莊子)' 는 '토고납신' 을 호흡 자체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토납법은 한마디로 깊은 숨쉬기 즉 심호흡 (深呼吸) 과 아랫배 숨쉬기 즉 하복부 (下腹部) 호흡이 한 덩어리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토납법은 뱉는 호흡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호흡이란 말에서 날숨을 뜻하는 호 (呼) 자가 들숨을 뜻하는 '흡 (吸)' 보다 앞에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토납법에서 숨을 뱉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입으로 내 뱉는 것과 코로 내쉬는 것이 그것이다.

두 가지 가운데서 어느 방법을 취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건강이 나쁜 사람에겐 입으로 뱉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토납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네가지다.

첫째, 허파에 있는 낡은 기운 즉 탁기 (濁氣) 를 모두 뱉어 낸 다음 천천히 숨을 들여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숨을 뱉을 때 배꼽 밑 아랫배를 최대한 움츠리고 들이 쉴 때 아랫배를 팽창시키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한다는 점.

셋째, 숨을 뱉을때는 혀끝을 아랫니의 뒷 편에 대고 숨을 들이 쉴 때는 혀끝을 윗니 천정에 댄다는 점.

넷째, 숨을 들이 쉴 때 기운이 하단전에 닿는다는 이미지를 갖도록 한다는 점이다.

'토식법' 은 자칫 '복식 (腹式) 호흡법' 과 혼동하기 쉽다.

복식호흡법은 호흡할 때 배 전체를 수축 또는 팽창시키는 것을 일컫는데 비해서 토식법은 아랫배에 국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규행 <언론인.현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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