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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락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스라엘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에후드 바락 (57) 노동당 총리후보는 '전쟁의 영웅' 으로 불린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군인. 누구나 기억할 만한 특공작전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군출신이 흔히 갖는 극우가 아닌 '중도적' 입장을 견지한다.

그가 승리할 경우 독립국가 선포를 앞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이 큰 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그는 전쟁 속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전쟁보다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론자다.

총선과정에서 "이제는 이스라엘도 양보할 만큼 성장했으며 사방이 악마로 둘러싸여 있다는 식의 패쇄적 사고방식을 떨쳐버려야 한다" 고 주창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 학업이 뛰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총명하다는 말은 자주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군 시절 그는 한마디로 이스라엘 최고의 군인이었다. 73년 여장을 한 바락이 특공대를 이끌고 베이루트에 침투, 팔레스타인의 '검은 9월단' 을 해치운 일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 (膾炙) 된다.

72년 사베나 여객기 납치사건, 88년 튀니지에서 있었던 아라파트 측근 아부지하드 암살작전도 모두 그의 작전 아래 이뤄졌다.

시오니스트 운동에 열성이었던 그의 부모는 30년대 초 동유럽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해 왔다.

히브루 이름인 바락이라는 성은 군 시절에 얻은 것. 군 생활 도중 예루살렘 히브루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으며 미 스탠퍼드대에서 '체계분석' 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의 정치입문은 95년 라빈 총리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라빈 총리는 당시 군 참모총장이었던 그를 내무장관에 전격 기용했다.

추진력과 청렴성을 높이 샀다는 게 당시 언론의 평가. 그후 그는 노동당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고 곧이어 당수가 됐다.

그는 엘리트 노동당을 외친다. 때문에 엘리트주의자고 정치기술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안으로 수많은 정치세력이 난립해 있고 밖으로 아랍세계와 맞서야 하는 그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에 나온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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