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를 찾아서] 7. 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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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다음에 부를 '염소' 라는 곡은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게 녹음한 곡이에요. 당시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목에서 피가 다 나오더라구요. 갑자기 외로워져 혼자 화장실에 가서 한 30분인가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다시 나와 녹음을 마쳤죠. 그래선지 음반에는 좀 더 처절한 분위기가 담겨있어요. 그럼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끈적끈적한 감성을 발휘, 최고의 라이브 가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은미의 라이브 중 한 장면이다.

공연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그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곡 중간중간에 그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그는 일상의 진솔한 감정 뿐 아니라 자신의 노래를 즐기는 요령이라든가 음악의 제작과정을 설명해줘 관객들이 적극 공연에 참여하도록 배려한다.

이처럼 가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치는 '멘트' 는 라이브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객으로서는 음반이나 방송을 통해서 접할 수 없는 가수들의 내면 세계와 다양한 재기 (才氣) 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 가수 입장에서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고 공연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데 멘트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가수들의 개성이 다양한 만큼 멘트 처리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우선 '달변형' .대부분 오랜 라이브 경력을 갖고있는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명쾌하게 전달하고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등 능숙한 멘트처리로 유명하다.

이은미를 비롯, 자우림의 김윤아, 여행스케치, 유희열, 조트리오의 조규찬, 유리상자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이들의 비결은 성실한 준비. 지난달 '골든포크 릴레이 콘서트' 에 참가, 푸근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겼던 김창완. 그는 공연을 맞는 소감,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등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 진행중인 라디오 프로그램에 도착한 따스한 사연 등을 꼼꼼하게 챙겨 들려줬다.

그는 "이같은 멘트는 한 음악가의 세계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고 말한다. 지난 1~2일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가진 심수봉도 자신의 가요계 삶과 복잡 다난했던 개인사를 정리, 대본으로 만들어 연습한 뒤 무대에 올랐다.

한편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끔 하는 '개그형' 으로는 걸쭉한 음담패설로 유명한 박상민, 엉뚱한 이야기를 계속 해대는 김장훈, 준 코미디언 컨추리 꼬꼬 등이 대표적이다.

이현우, 박광현, 김종서 등은 어눌한 말솜씨지만 진솔한 태도로 인간적인 매력을 주는 '말더듬형' .미국에서 생활했던 박정현은 좋지 않은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내를 더듬더듬 털어놓아 오히려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곤 한다.

물론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침묵파' 도 의외로 많다. 조용필.이승철.조동진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조용한 성격의 유익종은 2시간30분 동안 말 한마디 않고 무려 30곡을 부른 적도 있다. 이들은 '가수는 노래로 말한다' 는 입장을 굳게 견지하는 부류다.

라이브 극장의 주봉석씨는 "갈수록 공연의 주제에 맞는 멘트를 미리 준비해 연습하는 가수가 많아지는 분위기다. 이는 관객에게 연출된 즐거움을 줘야한다는 프로정신의 표현" 이라고 말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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