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늑장 복구, 수해재발 우려… 경기도 일대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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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8월 경기 북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수많은 묘지들이 유실됐거나 훼손됐다.

또 석축.옹벽 등 묘지 기반시설도 크게 파손됐지만 수해 발생 10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복구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묘지들이 허다하다.

특히 재정이 빈약한 대다수의 사설묘지는 복구에 거의 손을 못 대고 있어 장마 등 우기를 앞두고 피해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 일대의 묘지 수해복구 실태를 점검해 본다.

◇ 서울시립묘지 = 4만5천여기 분묘 중 약 2천4백기가 유실.훼손된 경기도파주시 서울시립 용미리묘지는 아직도 수해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다.

불어난 계곡물로 파헤쳐진 배수로가 그대로 방치돼 있는가 하면 무너진 석축 대신 흙마대를 쌓아 응급조치한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복구작업 중이던 朴모 (38) 씨는 "마대로 쌓은 축대는 비가 많이 오면 다시 무너질 수 있어 재보수작업을 해야 한다" 며 "그나마도 인력.장비 부족으로 장마 전에 끝낼 수 있을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16일 현재 용미리묘지의 수해 복구율은 80% 정도. 그러나 이는 올해 배정된 작업량 기준일뿐 전체 피해에 대한 복구율은 5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예산은 복구를 더디게 하는 주 요인. 시는 3백40억원으로 추정된 복구비 중 예산부족을 이유로 올 한해 동안 1백18억원 (34%) 만 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해로 훼손된 용미리.벽제리묘지의 1백17개소 계곡 중 현재 작업 중인 39개소를 제외한 78개소는 사실상 언제 복구가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1백71곳인 산사태 발원지 복구작업도 56개소 (33%) 만 마무리됐다.

복구공사를 맡고있는 시 건설안전관리본부는 "올 사업분의 작업은 늦어도 7월말까지 완료될 것" 이라고 밝히고 있어 6~7월 장마때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는 설명이나 다름없다.

하루 90명의 공공근로자가 투입돼 벌이는 소규모 배수로공사나 봉분.축대 보수공사도 흙마대로 응급조치하는 것에 불과해 땜질에 그치고 있다.

◇ 사설묘지 = 2천60기 중 90%가 넘는 2천3백39기의 묘지가 유실.훼손된 경기도양주군장흥면일영리 신세계공원묘지도 현재까지 처참하게 훼손된 모습 그대로다.

현재 전체 복구율은 15%선. 공원묘지로 오르는 폭 5~6m 규모의 아스팔트 도로변 계곡은 파헤쳐져 있고 주위 20여m 길이의 축대도 허물어진 채 황토빛 흙을 드러내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서 1백50여m 가량 위쪽의 배수로는 수해 당시 쓸려 내려온 바윗돌과 흙더미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정도. 또 황토흙으로 봉분만 쌓아 놓은 채 비닐을 덮은 묘지도 곳곳에 눈에 띄었으며 비석만이 나뒹굴고 있는 곳도 있었다.

부모 묘를 살피러온 김웅도 (金雄濤.47.출판업.서울성북구돈암동) 씨는 "관이 드러날 정도로 피해를 당했지만 지금까지 복구가 전혀 안돼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고 말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7천4백여기의 묘지 중 1천4백여기가 유실.파손된 경기도양주군장흥면울대리 운경공원묘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공원묘지 전체가 그린벨트인 이 곳에서는 유실되거나 파손된 뒤 수습된 유골 1백54기가 새로 매장할 자리를 찾지 못해 냉동콘테이너에 임시보관 중이다.

공원묘지측은 당국의 허가가 나는 대로 인근의 그린벨트 지역으로 묘 자리에 장소를 제공해 이들 유골을 새로 매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재헌.전익진.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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