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한강 하류 부근 구릉(해발 73m)에서 3세기께 초기 백제시대 마한(馬韓) 세력의 지배계층 무덤으로 추정되는 분묘가 무더기로 발굴됐다. 국내 출토 유물 중 연대가 가장 오래된 금제 귀걸이 1쌍, 길이 120㎝에 달하는 철검도 출토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 한강문화재연구원(원장 신숙정)은 김포시 운양동 발굴조사 현장에서 주구목관묘(周溝木棺墓) 17기, 석곽묘 4기, 청동기 시대 주거지 3기 등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주구묘는 무덤 주변을 감싸듯 도랑(주구·周溝)을 판 형태로 충청·호남 지방에서 흔히 나타나는 3세기 마한의 묘 형태다.
한강문화재연구원 측은 “초기 백제시대 주구묘 17기에서 금제 귀걸이 1쌍, 철검·고리자루큰칼(환두대도)·철모·철촉 등의 철제 무기류와 도끼·낫 등 철제 농기류, 수정옥, 구슬, 낙랑계 토기, 대옹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며 “낙랑 등 주변 지역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지배계층의 무덤이었으리라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중 금제 장식은 4세기 이후 고분에서만 출토되던 것으로 3세기 마한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3호분에서 출토된 철검은 길이가 120㎝에 달해 현재까지 발견된 마한시대 철검 중 가장 크다.
김기옥 선임연구원은 “3세기 한강 하류에서 고도로 발달한 정치체가 형성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라며 “이번 발굴로 『삼국사기』 등 문헌으로만 확인되던 마한 세력의 통치 범위가 한강 하류 지역에까지 미쳤음을 실물로 입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