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드라마 '왕초' 탤런트 허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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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조연급은 살얼음 판이에요. 조금만 잘못하면 그냥 무너지죠. " 드라마에 출연하는 숱한 조연들은 저마다 외줄을 탄다. 자칫 균형을 잃으면 카메라 앵글 밖으로 여지없이 밀려난다. 카메라는 주인공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게 마련. 그래서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은 드문 법이다.

MBC 드라마 '왕초' 를 들여다보면 '적재적소 (適材適所)' 란 말이 어울리는 연기자가 있다. 바로 비열하기 짝이 없는 깡패 '발가락' 을 연기하는 허준호 (35) .똑 떨어진단 얘기다.

인정이라곤 눈곱 만큼도 없어 보이는 애꾸눈. 게다가 잔인해 보이는 수염. "김춘삼이놈, 손 봐부러" "찢어부러라" 하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던지면 짧은 순간이나마 카리스마가 비친다. '왕초' 에서 가장 생동감 있는 캐릭터란 평이다.

"장용우PD의 연출과 궁합이 맞아요. " 연기를 하다보면 이 장면에선 담배를 피웠으면 하는 대목이 있다는 것. "그럴 때면 어김없이 '준호야, 담배 물어' 란 주문이 들어오죠. 서로 통하는게 가끔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 철저하게 남성적인 캐릭터에 끌린다.

"완벽한 악역에 욕심이 가요. 비정한 킬러역을 해보고 싶어요. " 최대한 나쁜 인물이 돼야 캐릭터가 살아난다. 그래서 '발가락' 을 연기하기도 쉽진 않다.

"차라리 단순해지려고 해요. '김춘삼의 눈 하나 빼면 소원 끝' .이게 제가 그리는 '발가락' 이죠. " 왼쪽 눈에 끼운 애꾸눈용 렌즈도 눈길을 끈다.

독일에서 수입한 것.

"밤에 착용하면 앞이 안 보여요. 스텝들이 손잡고 촬영지점까지 데리고 갈 정도예요. " 리허설때 미리 몇 발짝 움직여야 하는 지도 다 계산해 둔다.

"그렇지 않으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죠. " SBS '은실이' 와 인연도 재밌다.

" '은실이' 에서 '장낙천' 역 제의를 받았었죠. 놓치기 아까운 드라마였지만 '왕초' 에 출연키로 약속을 해둔 상태였어요. " 지난 10일 방영분에선 시청률 0.1% 차이까지 따라 쫓아간 경쟁프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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