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뚫린 MB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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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밤 발생한 MBC 방영 중단사태를 계기로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허술한 보안대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 훈령에 따라 국가 중요시설로 특별관리하는 곳은 국가기관.원자력발전소.공항.방송통신시설 등 4백여곳에 이른다.

이들 시설엔 체계적인 보안대책이 세워져 있어야 하는 데도 너무 쉽게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MBC에 난입한 곳은 정확하게 말하면 주조정실 (주조) 이 아니라 거기에 딸린 중앙기계실. 프로그램 일정을 관리하고 예정 프로를 내보는 곳이 주조라면 중앙기계실은 방송 내용을 전파로 처리해 남산송신소로 송출하는 곳.그런데 신도측이 기계실을 점거하고 전원을 내려 방송이 중단되고 말았다.

방송사들은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11일 MBC가 긴급으로 내보낸 자연다큐 '줄무늬의 충돌' 은 여의도 본사가 아닌 남산 송신소에서 곧바로 송출한 것 (①번) .방송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고려해 송신소에는 두편의 비디오가 비치돼 있다.

하나는 이번에 내보낸 자연다큐, 또다른 하나는 스포츠 진기명기다.

여의도에서 전파가 발사되지 않으면 남산 송신소에서 준비된 테이프를 방영하는 시스템이다.

혹시라도 주조가 파괴될 경우엔 제2의 조정실이 가동되는 체제가 갖춰졌다.

만약 이곳마저 사고가 생기면 이동 중계차에서 직접 송신소로 전파를 쏘게 된다 (②번) . SBS도 MBC와 비슷한 체제다.

다만 송신소에 준비된 비디오가 4편이다.

남극 르포.버섯 다큐.환경보존 다큐.세계의 마술 등. 물론 주조가 가동 불능이면 예비주조 체제로 전환된다.

KBS의 대처법은 차이가 난다.

국가 중요시설 방호책임을 규정한 대통령 훈령에 의해 KBS는 MBC.SBS에 비해 보안등급이 높아 주조에 대한 관리가 각별하다.

관련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주조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주조에는 일반 방송사고에 대비해 다큐.시사 등 각종 프로가 준비돼 있어 남산 송신소에는 별도의 비디오가 없다.

만약 전쟁 발발 등으로 주조에 치명적 사고가 발생하면 따로 마련된 비상송출장치가 작동된다.

그러나 KBS등 모든 방송사들은 청원경찰을 자체적으로 임용해 방호시스템을 운영하며 경찰은 평상시엔 하루 4회 이상, 이상징후 발생시엔 매시간 외곽순찰을 돌고 방송사측에서 경찰력 동원을 요청하면 즉각적으로 투입하도록 돼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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