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폭력조직 연계 북한 히로뽕 밀수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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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 폭력배와 일본 야쿠자가 연계,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5천억원 규모의 히로뽕을 일본으로 밀반입하려다 한.일 당국의 공조수사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강력부 (朴英洙부장검사) 는 10일 북한에서 선적한 히로뽕 1백㎏을 일본으로 밀반입하려 한 혐의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로 국내 폭력조직 '신상사파' 조직원이던 구기본 (具箕本.51) 씨와 具씨에게 돈을 댄 일본 야쿠자 '쓰미요시파 (住吉會)' 의 핵심 간부인 재일동포 양종만 (梁鐘萬.52.일본명 다치카와 마쓰루)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일본 수사당국도 북한 흥남항에서 일본 돗토리 (鳥取) 현 사카이 (堺) 항까지 히로뽕을 운반한 중국 선적 임양냉2호 선장 장일철 (張日哲.51.중국동포) 씨와 梁씨 부하인 사사모토 도모유키 (24)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히로뽕 1백㎏을 압수했다.

히로뽕 1백㎏은 3백3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지금까지 압수된 히로뽕 중 사상 최대규모다.

또 공해 (公海) 상이 아닌 북한내에서 히로뽕이 직접 선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具씨는 지난 2월초 선장 張씨로부터 "북한에서 히로뽕 1백㎏을 구해올 수 있으니 판로를 알아봐 달라" 는 부탁을 받고 梁씨 등과 접촉, ㎏당 3백만엔 (약 3천만원) 씩 거래하기로 합의한 뒤 선금조로 6천만원을 張씨에게 주고 히로뽕이 숨겨진 재첩 등 화물을 묵호항을 거쳐 일본까지 옮기도록 한 혐의다.

具씨 등은 지난 3월 13일 사카이항으로 찾아갔다가 쓰미요시파 조직원들이 히로뽕을 트럭으로 옮겨싣던 중 검거되자 국내로 도주했다가 일본 경찰과의 공조로 지난달 검찰에 붙잡혔다.

쓰미요시파는 8천여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일본 3대 야쿠자 조직의 하나며 신상사파는 70년대초 서울명동 일대를 장악하다 75년 사보이호텔에서 '양은이파' 의 습격을 받은 뒤 현재는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내 폭력조직과 일본 야쿠자가 본격 결탁, 히로뽕 밀수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첫 사례" 라며 "최근 도박.매춘에 대한 일본내 단속이 강화됨에 따라 야쿠자들은 한국을 통한 판로를 개척중"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내 출입이 빈번한 일본의 3개 폭력조직원 46명에 대해 특별관리에 나서는 한편 무역업자로 위장한 마약 유통조직을 적발키 위해 공항.항만 감시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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