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희생이 아니에요 내 재능을 나누는 것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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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비교과 영역 반영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점수를 따기 위한, 시간을 채우기 위한 ‘만들어진’ 봉사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제11회 전국 중·고생자원봉사대회(한국중등교육협의회·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주최, 중앙일보 후원) 수상자들은 “봉사는 희생이 아닌 동행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 수상자 옥다혜(17·부산외고 2)양은 중학교 때부터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인 ‘반크’에서 활동했다.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한국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찾아내 수정하는 활동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저소득층 아이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한국을 홍보하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영어를 못해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옥양은 ‘청어람’이라는 교내 동아리를 만들어 주말마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영어를 가르쳤다. 선배로서 상담하는 멘토 역할까지 하고 있다. “봉사라기보다는 내가 가진 재능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상을 받은 황정현(15·거원중 3)양은 방학 때면 1주일에 2~3차례씩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는다. 황양은 초등학교 시절 ‘왕따’ 취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 친구들과의 문제 때문에 힘들어 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을 데려다 기르게 됐다. 이때부터 즐거움을 찾았고 적어도 매주 한 차례씩은 유기동물보호소를 찾게 됐다. “처음에는 악취와 전염병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나를 보고 꼬리치는 동물들의 진실을 느끼고 난 뒤엔 도저히 멀리할 수 없었죠.” 지난 2월에는 비인가 동물보호시설인 부천 ‘기적의 집’이 전기세를 내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직접 휴대전화 줄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50만원을 기부했을 때 주인어른이 흘린 눈물을 잊을 수 없어요. 수의사가 돼 병들고 버려진 동물들을 돕고 싶어요.”

또 다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상 수상팀인 인천혜광학교 의료봉사단원 12명은 모두가 시각장애인이다. 앞을 보지 못해 정작 자신들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노인들을 위해 안마와 지압봉사를 한다. 매주 화요일 수업 후 노인복지관이나 주민센터를 찾아가 2~3시간씩 봉사활동을 벌인다. 이호열(18·고3) 단장은 “안마만 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가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요법을 가르쳐 드리기 때문에 고마워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직접 가정방문도 한다. 김모(78) 할머니는 “학생들이 찾아와 어깨를 주물러주는 모습을 보면 우리 손자 생각이 나 눈물이 난다”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텐데 노인을 도와준다고 매주 와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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