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KBS '광끼' 주인공 맡은 배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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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10대들에게 중요한 건 '스타일' .꼭 대화를 나눠야 통하는 건 아니다. 힙합 바지에 헝클어진 머리. 어른들이 랩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오히려 그네들에게는 기쁜 일이다.

밀교도의 숭배행위처럼 은밀히, 그러나 순식간에 퍼져버리는 그들만의 문화. 지금 '두나 스타일' 도 그들의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배두나 (20). 본명이다. KBS 드라마 '학교' 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항아 역으로 인기를 끈 후 이제는 무척 바빠졌다. SBS FM '배두나 김승현의 10!10!클럽' 진행, 전문대생의 사랑과 열정을 다룬 KBS의 새드라마 '광끼' 의 주인공 표루나역. 거기다 4~5개의 CF까지 맡았다.

무표정한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 뭔가를 뚜렷이 응시하고 있지만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를 야릇한 시선의 그녀를 보면 '목적 없이 질주하는' 요즘 신세대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그걸 두고 '두나 스타일' 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늘상 따라붙는 반항적 이미지도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10대들의 공통점인 '할 말은 해야하고 재미없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그런 것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98학번.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휴학했다. 휴학 이유에 대한 배두나의 변. "대학에 가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군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전 8시까지 가서 연습실 청소하고 물 떠오고…. 1분만 늦어도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 철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대중스타의 존재양식에 대한 어렴풋한 자각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캐릭터 상품이에요. 사실 제가 그렇게 '무조건 다 싫어' 할 정도로 반항적이지는 않거든요. 고교시절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였고. 머리도 숱이 많아서 이렇게 삐죽삐죽한거구요. 하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나가야 한다면 그렇게 하죠 뭐. "

아직 연기에 대한 자신은 없다. 워낙 한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보니 새로 맡은 '광끼' 의 표루나역은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미지에 맞춰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제가 예쁜 얼굴이 아니잖아요. 청순가련형 이미지에는 어울리지도 않고. 카메라 앞에 서는게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인기 떨어지고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그만 두면 되죠. " 그녀가 세상에 자신을 알리게 된 건 모델을 하면서부터. 글래머는 아니지만 1백71㎝의 큰 키와 유난히 긴 팔과 다리는 어떤 옷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이 드는게 가장 싫다는 그녀. 그래서 젊은 시절의 '탱탱한' 모습을 남기기 위해 누드 사진도 찍어야겠다고 한다.

논리보다 느낌, 어떨지 모를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재를 즐기기. 솔직한 그녀의 삶의 방식이 연예 매니지먼트를 버텨낼지 관심을 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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