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돌파구는 유통!] 하. 판매, 이젠 신기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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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6월 말 삼성테스코.CJGLS 등 국내 9개 유통업체에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반년 가까이 진행해온 무선주파수인식(RFID) 시범사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 기술은 상품에 값싼 반도체 칩을 심어 생산부터 입.출고, 판매까지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를 테면 지금처럼 계산대에 상품을 쏟아놓고 판매원이 일일이 바코드를 찍는 대신 고객이 상품을 실은 카터를 밀고 나가면 무선해독기가 자동으로 계산해 내는 시스템이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RFID는 미국의 월마트도 내년부터 전 세계 매장에 도입할 예정인 신기술"이라며 "한발 앞선 국내 정보기술(IT) 과 결합하면 우리 유통산업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유통산업이 과소비를 부추기거나 제조업의 부차적인 산업으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문인력 양성도 부족해 국내에서 유통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10여곳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 유통업체의 경우 오랫동안 정부 정책의 관심 밖에 놓여 있다가 최근에야 중소기업기본법에 포함돼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적 담보가 약한 유통업체 특성 때문에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해 저리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의 유통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내 점포수(3586개)의 절반에 가까운 1429개의 점포를 외국에 두고 있고, 프랑스의 까르푸는 본국의 점포수(2282개)보다 해외에 세운 점포수(3802개)가 두배 가까이 많다. 이미 세계 100대 유통업체 가운데 미국(46개).영국(13개).일본(9개).프랑스(8개).독일(8개) 등 선진 5개국이 거의 장악한 상태다. 상품의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세계 유망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선진 유통업체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반면 국내업체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 겨우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국내 유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했다. 미국.유럽.일본에선 이 비중이 14~16%에 이른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유통산업은 갓 성장기에 접어들었으며 여전히 내수시장 중심"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한참 뻗어가야 할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2010년까지 GDP에서 유통산업의 비중을 11.3%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중심시가지 상권 활성화 사업▶대형 유통업체 투자 지원▶유통관리사 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우선 유명무실했던 판매관리사 제도 대신 올 하반기부터 유통관리사 시험을 도입해 전문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또 경쟁력 있는 대형할인점.백화점.인터넷 쇼핑몰.TV홈쇼핑에 대해서는 투자.입지.인력 조달을 가로막아온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자부에 '유통 옴부즈맨'을 설치하고,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체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유통분쟁조정위원회'도 가동할 방침이다.

산자부 측은 이런 정책들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면 2010년에는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현재 387만명에서 48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호 기자.한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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