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쿄에서 온 형사'의 연극배우 김지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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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연극배우 김지숙씨. '로젤' 과 '별을 쥐고 있는 여자' 이후 "여성연극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두려운' 생각에 2년간의 공백을 가졌다" 는 그의 침묵을 깬 작품은 재일교포 연출가 쓰가 고헤이 (한국명 김봉웅) 의 '도쿄에서 온 형사' 다.

14년전 그에게 관객이 뽑은 최고의 연극배우상을 안겨준 '뜨거운 바다' 의 리메이크 작업이다.

평단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바로 그 작품, 그 연출가와 다시 만난 김지숙씨. 그와 작품, 그리고 천재연출가 쓰가 고헤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쓰가 고헤이와의 만남을 14년 동안 기다려왔다" 는 말로 그는 이번 공연이 자신에게, 그리고 한국 연극계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85년 서울 초연 이후 일본에서도 공연했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쓰가의 작업은 역시 한국배우들이 해야 제맛이라는 평을 내렸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또 한국에서는 그의 배경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편견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평가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제는 그를 제대로 평가해야할 시기라고 본다. "

그런 면에서 지난 16일 막이 오른 이 작품이 아직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워 한다.

"하나의 줄거리가 차분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짜깁기하듯 펼쳐내는 연극 기호가 관객들에게 낯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민비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천황 저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웃고 즐길 수 있는 가벼운 터치로 풀어내는 걸 보면 이 사람 정말 천재로구나 하고 느껴요. 관객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고, 그런 와중에 가슴 속에 와닿게 하는 거에요. '연극은 이런 것' 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깨는 거지요. "

실제로 관객들은 차분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틈도 없이 쓰가 고헤이의 허를 찌르는 대사와 수사실이 노래방으로 바뀌는 등 엉뚱한 상황 설정에 폭소를 터뜨리고 만다.

14년 전 캐스팅 그대로 무대에 올려진 '도쿄에서 온 형사' 와 지난해 오디션에서 선발한 젊은 배우들로 이루어진 '평양에서 온 형사' 두 편의 작업이 먼저 선보인데 이어 23일부터 25일까지 오후 4시30분 낮 공연에는 쓰가 고헤이가 일본 오이타시에서 창단한 쓰가 고헤이 극단의 일본어 연극 '여형사이야기' 가 막이 오른다.

다른 언어 비슷한 내용의 두 편이 관객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관심을 모은다.

27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02 - 826 - 6123.

글 = 안혜리.사진 = 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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